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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빈곤의 생물학: 왜 가난한 사람은 더 아플까

by 움이야기 2013. 10. 26.

<The Biology of Poverty (빈곤의 생물학)>이라는 제목으로 의사이자 공중보건 연구자인 Sir Harry Burns의 강연이 Northumbria 대학에서 있어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옆 도시, 뉴캐슬에 다녀왔습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대중강연이었는데 넓은 강의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시작부터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강의자는 그래프를 통해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스코틀랜드인들의 건강상태를 설명하였습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다른 유럽나라들과 비슷한 정도의 질병율을 보였던 스코틀랜드는 현재 기대수명이 유럽에서 최저 수준을 나타내면서 스코틀랜드 보건당국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스코틀랜드의 평균수명을 낮추는데 기여한 가장 큰 원인은 젊은이들의 높은 사망율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젊은 사람들의 사망율이 높았고, 특히 약물, 알콜, 자살로 인한 사망율이 현저히 높았습니다. 이를 강의자는 1950-60년대 이후 스코틀랜드 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난 공동체의 붕괴, 고립되고 파편화된 도시화, 빈곤의 문제와 연관지어 설명했습니다. 


많은 연구는 가난, 결핍, 특히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회환경이 질병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실제 분자레벨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질병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이를테면 같은 흡연자로 같은 질병위험에 노출되더라도 가난한 이들의 경우는 심혈관계의 이상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특히 어린시절의 돌봄을 받지 못한 결핍의 경험은 뇌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내분비계에 이상을 가져오면서 질병이 왔을 때 이겨낼수 있는 저항력을 현저히 낮춘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가난과 결핍은 인체 생리와 생물학을 변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작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난은 단지 못먹고 영양이 부족한 상태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결핍의 상태입니다. 특히, 어린시절의 감정적 결핍의 경험은 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육체적 질병위험을 증가시키는 중요인자가 됩니다. 


강의자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예측할 수 있는 삶,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삶, 특히 다른이들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끼는 삶이 바로 우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보건당국이 해야할 노력도 바로 이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거나, 물에 빠지지 말라고 울타리를 치거나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모두는 늘 물에 빠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물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허우적 거리지 않도록, 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거,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거, 이게 바로 보건정책의 최우선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랜만에 과제와 상관없는 강의를 부담없이 들으며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난은 몸의 분자구조, 뇌세포를 바꿀 정도로 강력한 질병인자입니다. 그러나 서로 함께 우산을 쓰며, 연결됨을 느끼며, 삶이 살만하다 생각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면서 우리는 함께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꼭 안아주는것만으로도 큰 질병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진료실에서 손잡아드리던 여러분들을 오늘은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