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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세월호 1주기, 별이 된 아이들을 애도하며

by 움이야기 2015. 4. 17.



작년 4월 16일, 저는 독일에 있었습니다. 부활절 방학을 맞아 여행중이었지요.

아침에 눈을 뜨자 남편이 "한국에서 사고가 났나봐. 배가 가라앉았다는데... 뭐 전원구조라는 이야기가 있긴하네." 소식을 전합니다.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밤베르크에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서니 독일인 주인이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배가 가라앉아 300명이 넘게 죽었다면서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 그 배에 탄 사람이 300명인거지 사망자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거예요. 거의 구조했을거예요."

 

그러나 그 이후 단 한명의 구조 소식도 듣지 못하고 304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304개의 우주가 한순간의 사고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대부분이 꿈 많은, 아직 그 꿈을 펴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잊지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은 무심히 지나 벌써 일 년이 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사고 일 년 전 수학여행에서 찍은 단체사진 속 아이들은 단체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별일 아닌것 가지고도 깔깔대며 웃느라 엄마의 핀잔을 듣는 우리딸 모습, 멋있는척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동네 남학생들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결혼하면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아서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즐거움을 많이 드리고 싶어"라고 이야기한 8반 건우

"엄마 손, 늘 마음 쓰였어. 생일 선물로 핸드크림을 준비했으니, 엄마 손이 다시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어요" 10반 단비

 

이 예쁜 아이들을 더이상 만날 수 없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마음은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하루하루 버텨오신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별이 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면목없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꼭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이제 편히 쉬라고

무거운 마음으로 세월호 1주기를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