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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이야기] 반짝이는 박수 소리

by 움이야기 2015. 4. 30.

<장애인의 날> 즈음이 되면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로 체험의 기회가 마련됩니다. 눈을 가려보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체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장애가 있으니 바로 청각장애입니다. 귀를 아무리 막는다하더라도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소리는 없지만 손으로 이야기하며 누구보다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입니다.  

 


영화는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지만 늘 밝게 웃고 유쾌한 청각장애인 엄마, 아빠, 그리고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장애없이 태어나 한시름 놓았지만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기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세우며 아이들을 키워야했습니다. 입 말보다 손 말을 먼저 배웠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통역사가 되어주고 '장애인의 아이'라는 이유로 착하기를 강요받으며 일찍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게만 자라던 딸은 어느날 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다며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인도 여행에서 돌아온 딸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밖에서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여행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길은 학교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요. 그 딸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이길보라 감독입니다.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을때 달려가 손말로 혼구녕을 내주던 씩씩한 엄마의 훈남 아들은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시장보고 김장하고, 노심초사 키운 아이들이 이제 성장하면서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 장애부모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의 이야기로 읽혀졌습니다. 가까이 있어도 부를 수 없으니 불을 껐다켜는 신호로 대신하고,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반짝반짝 손짓으로 박수를 대신하고, 노래방에 가서도 신나게 놀 수 있는 청각장애인은 조금 불편하지만 우리와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어느 영화보다도 침묵이 길었지만 울림이 깊었고, 유쾌한 엄마, 아빠의 기운이 전해져서인지 보는내내 참 따뜻하고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