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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의 여성의학 칼럼] “생식의 도구, 그 이상의 자궁” (움여성한의원)

by 움이야기 2015. 4. 30.




여자는 육장육부다?

(womb) 영어로자궁 뜻합니다. 생명이 처음움트는공간이며, 여성건강의 핵심이지요. ‘남성에게 오장육부가 있다면, 여성에게는 육장육부가 있다 만큼 자궁을 빼놓고는 여성건강을 이야기할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자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인 히스테리가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hyster’에서 시작된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히스테리를자궁에 의해 생겨난 질식으로 자궁이 온몸을 떠돌면서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비교해 한의학에서 자궁을 궁전(殿)’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궁의 소중함을 강조한 긍정적이고 진일보한 표현입니다.

 

성 차이 고려한 의학이 여성 치료 기준 되어야

오랜 기간 서양 의학서에서 제시하는 건강이란남성/서구/백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성별에 따라, 인종에 따라, 심박동 수도 호르몬 수치도 다른데 말이지요.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여성과 남성은 틀만 같을 , 몸의 대사와 기능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은 초경-임신-완경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와 월경기-배란기-황체기(배란 이후 월경 전까지의 기간) 구성된 월경주기에 따라 몸의 생리가 달라지면서 질병의 양상도 다양하게 변합니다. 예를 들면, 천식 환자가 월경 직전에 유독 기침이 심해지고, 원래는 남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이 완경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주기에 따른 여성 질환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질병을 치료할 성별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 맞춤 대처를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한의서에서는여성 명을 치료하는 것이 명의 남성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료와 치료에서 여성 고유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혜안이 담긴 고대의 진료지침이지요. 동시에 21세기 의학이 지향하는 차이를 고려한 의학(gender-specific medicine)' 맥을 같이합니다.

 

자궁에서 생긴 문제는 자궁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궁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여성의 생식건강은 매달 변하는 호르몬 분비와 관계가 깊습니다. 대뇌에 있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난소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연결된 호르몬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월경이 이루어지는데요. 규칙적이고 건강한 월경을 위해서는 호르몬 분비기관 사이에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정서적 변화가 시상하부를 통해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월경은 여성의 몸과 마음이 전하는 건강의 메시지라고 있습니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월경 색이 어둡거나, 월경통이 심할 방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억압된 에너지와 자궁의 순환장애가 반복되면 자궁근종, 선근증 등의 질병을 일으킬 있습니다. 난임, 반복유산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그뿐이 아닙니다. 조금 넓게 볼까요? 자궁의 순환장애로 생기는 나쁜 , 어혈(瘀血)’ 질병의 원인인자가 되어 전신건강에까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드름, 두통, 관절통, 심장병, 중풍 언뜻 자궁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질병들도 근원을 찾다 보면 공통적으로 어혈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건강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자궁은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어 세상에 나오기 , 달을 보내는 최초의 집입니다. ‘태아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이라는 이론이 있는데요. 태아가 엄마 배 속에 있을 처했던 환경이 태아의 발달 단계에서 입력돼 출산 생애를 걸쳐 건강이나 질병 발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평생 건강이 자궁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엄마 배 속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아이들은 출산 후의 환경도 영양이 부족할 것으로 자동 예측하고 지방축적에 유리한 대사기능을 갖추게 됩니다. 아이들이 실제로는 음식이 풍족한 환경을 만나면서 비만, 심혈관계 질환, 성인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높고, 임신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이의 행동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궁에서의 환경이 이후 정신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환경호르몬이 초기 발달단계에 있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른에게 미치는 그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엄마 배 속에서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아이일수록 성조숙증, 월경이상, 정자이상, 난임, 유방암, 고환암 등의 발병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여성이 애 낳는 기계가 아니듯 자궁은 단지 생식의 도구가 아닙니다. 여성건강의 핵심이며, 자궁에서 시작되는 모든 생명체의 평생 건강을 프로그래밍하는 소중한 궁전입니다. 지금보다 더 자궁건강, 여성건강이 사회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유입니다.

 

**앞으로 '문현주의 여성의학 - 이야기에서는 자궁건강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겠습니다.      

 

움여성한의원 문현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