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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의 여성의학] (4)왜 여성의 생식 건강은 위협 받고 있는가?

by 움이야기 2015. 6. 12.






문현주의 여성의학 이야기 (4)


왜 여성의 생식 건강은 위협 받고 있는가?”


원시 환경에 맞는 몸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아침 대충 때우고 비몽사몽 출근해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있다가 쫓기듯 점심 먹고 저녁까지 야근

눈치 볼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은 사회생활

퇴근 후에는 치맥과 함께하는 야식


이리저리 돌려보는
TV 채널

그리곤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늦은 밤 잠드는 고단한 하루


당신의 일상은 얼마나 다를까요?


 


질병의 근본 원인, 진화의 역사에서 찾기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많은 질병이 인간의 생물학적 몸과 환경의 불일치(mismatch) 때문에 생깁니다. 현대인은 화려한 도시의 불빛,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첨단기기를 사용하며 살지만, 몸은 여전히 석기시대 원시인의 생리와 닮았습니다. 400만 년 전, 현생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한 이래 우리는 진화의 역사 대부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지요. 드넓은 사바나 초원에서 뛰어다니며 사냥을 통해 먹이를 구하고 야생의 식물, 열매를 채집해 한 끼 식사로 삼았고요. 가족, 친지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돌보며 단순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대격변이 일어난 것은 14,000여 년 전 농경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 삼시 세끼 필요한 곡식을 준비하고 가축을 길러 안정적인 먹거리를 마련했습니다더는 음식을 찾아 사냥을 나가거나 떠돌지 않아도 되는 정착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농경시대뿐만은 아닙니다. 현대 산업사회는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해있다.’ 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여전히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긴 진화의 역사에서 본다면 농경시대 이후 삶은 하루 24시간 중 겨우 5분에 불과, 우리 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질병의 원인을 살필 때 현대의학이 주로 집중하는 부분은 병을 직접 유발한 근인(近因: proximal cause)이지만, 현대의 많은 병이 원인을 찾기 어려운 난치병임을 고려하면 왜 이런 질병이 생겼는지’, 궁극적 원인(ultimate cause)을 묻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진화의 역사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이 칼럼의 주제인 여성 건강을 살펴보겠습니다.

 


여성의 몸은 고대에 익숙, 현대의 환경은 생식 건강 위협

 


두 번째 칼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성의 생물학적 몸도 진화의 역사 대부분을 보낸 원시시대 수렵-채집인의 환경에 적응된 상태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인류학자들은 원시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현대의 수렵-채집인들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과거 조상들의 삶을 추정하는데요인류학자 이턴(Eaton)의 연구 결과는 우리 몸이 적응하는 조상들의 생애주기와 현대 여성의 생식환경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피임하지 않는 전통 부족 여성들은 16.1세에 초경을 시작해 19.5세에 처음 출산하고 출산마다 2.9, 17년간 모유를 수유하며 평생 5.9명의 아이를 낳고 47세에 완경을 합니다.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이 길어 평생 약 160회의 배란과 월경을 하는데 이는 현대 여성 월경 빈도의 1/3에 불과합니다. 피임하지 않는 전통사회 여성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여성들의 유방암, 자궁암 발병률이 현저히 높은데요. 이는 월경 주기에 따라 상승, 하강하는 여성호르몬의 변동을 우리 몸이 적응해온 빈도 이상 자주 겪기 때문이라는 것이 진화적 설명입니다. 

 

잦은 월경뿐만이 아닙니다. 여전히 원시 환경에 적합한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현대 여성들에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식생활,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서 일하는 근무 형태, 밤늦게까지 깨어있거나 밤낮이 뒤바뀐 생활패턴은 최근에 등장한 매우 낯선 생활양식입니다. 아이를 함께 돌보던 공동체 생활방식도 사라지면서 여성들이 집 안팎에서 고군분투합니다.

 

성공적인 재생산을 목표로 400만 년 동안 적응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여성의 건강, 특히 생식 건강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난임, 유산 등 여성의 생식 건강이 위협받는 시대에 우리 몸이 가장 익숙해져 있는 고대의 삶,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야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생식 건강을 돕는 식단, 운동, 생활양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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