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주의 여성의학(5)] 생식건강 돕는 석기시대 다이어트

생식건강 돕는 석기시대 다이어트“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육류를, 완전 채식은 주의해야”

헬스데이뉴스      

문현주   칼럼 

20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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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처럼 매일 먹는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바른 먹거리부터 챙기는 것은 그래서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먹는게 잘먹는 걸까요? 이번에도 진화의 역사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보겠습니다. 성공적인 재생산을 목표로 진화해온 여성들이 가장 오랫동안 적응해온 음식이 바로 생식건강에도 좋은 식단일테니까요.

원시 조상들은 고기를 훨씬 많이 먹었는데 더 건강했다?

‘석기시대 다이어트’의 대표적인 특징은 풍부한 육류 섭취입니다. 부족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시 조상들은 음식의 약 20~65% 정도를 고기로 섭취했다고 알려졌는데요. 현대인과 비교하면 육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식단입니다. ‘아니, 고기가 몸에 안좋다고 건강을 위해 채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지….’하는 분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석기시대 육류가 오늘날 먹는 그 고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데요. 사냥으로 잡은 야생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가축과는 달리 기름기가 아주 적은 고단백 저지방 음식입니다. 예를 들면, 사냥을 통해 얻은 고기 한근을 먹었을 때보다 지방량이 많은 가축 한근을 먹었을 때 칼로리는 4배로 증가, 비만의 위험이 커집니다. 더 위험한 것은 산업사회의 공장식 축산입니다. 좁은 철창에 갇혀 꼼짝달싹하지 못하며 받는 스트레스, 빨리빨리 자라라고 맞는 성장호르몬제는 여성의 몸에 들어와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키는 ‘내분비교란물질’로 작용합니다. 육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건강하지 않은 고기가 여성의 생식건강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육식으로 인한 건강의 위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채식으로 돌아서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저 역시 환경을 보존하고 생명을 살리는 채식의 정치적인 의미에는 무한 지지를 보내지만, 이와는 별개로 채식이 여성의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는 기존의 많은 연구결과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생식기능 억제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과다 섭취는 조심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류의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쌀을 재배해 주식으로 삼고, 유럽에서는 밀을, 아프리카에서는 수수, 기장 등을 주 곡물로 섭취하게 되었습니다. 콩 과(科) 식물들도 널리 재배됐고요. 농경생활은 안정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류 생존에 기여했지만, 곡식섭취가 지나치게 증가하고 음식의 다양성이 훼손되면서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진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생산은 억제되면서 생식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고용량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클로버 벌판에서 자란 소나 양의 불임이 증가하고, 치타와 메추라기에게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된 사료를 먹인 후 생식기능이 억제되었다는 연구결과 등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생식기능을 측정하는 임상연구에서 정확한 연구를 위해 채식주의자 여성을 제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류 몸이 가장 익숙한 시대의 식단을 참고하는 지혜

우리의 수렵-채집인 조상들은 다양한 종류의 씨앗, 과일, 뿌리류, 견과류를 섭취했습니다. 빠르게 혈당을 높이는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는 거의 없었고 음식들은 햇볕을 듬뿍 받아 미네랄, 비타민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물론 살충제, 농약 걱정도 없었지요. 채집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는 열매, 꿀 등의 간식을 즐겼지만, 이는 어쩌다 만나는 즐거움일 뿐 현대인들처럼 단 음식, 군것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았습니다.

흰 설탕, 흰 밀가루 등의 정제된 탄수화물은 인슐린저항성을 높이면서 대사이상을 일으킵니다. 난소에서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지만 성숙난포에 이르지 못하면서 배란이 잘 안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대표적인 인슐린대사이상입니다. 이외에도 진화적 몸에 너무나 낯선 음식들인 패스트푸드, 유전자 조작음식, 내분비교란 화학물질이 현대인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임, 유산 등 여성의 생식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냥할 수도 없고, 들판에서 야생식물을 채집할 수도 없으니 현대인들이 수렵-채집인의 식단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건강을 위해서 인류의 몸이 가장 익숙한 그 시대의 식단을 참고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가축의 고기와 달걀, 청정해역의 생선과 해산물, 다양한 종류의 유기농 야채와 과일,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을 많이 섭취하고 트랜스 지방, 정크푸드, 가공음식들을 가급적 피하는 것. 현대인이 실천할 수 있는 생식건강에 도움되는 석기시대 다이어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