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에서 노인은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유용한 기술과 정보를 아래 세대에게 전달하며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급속하게 변하는 산업사회에서 노인의 경험은 잠깐 사이 구식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사라진 시대, 세대 간의 갈등은 깊어만 갑니다. 그런데 아무리 최신 정보가 차고 넘친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의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막막한 시대적 상황에서는 더욱요.
사회의 참 스승, 어른에 목말라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분이 바로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선생님입니다. 광산을 운영했던 부자였지만 직원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사업을 정리한 후 학교를 설립한 선생님은 올해 초 <한겨레> 인터뷰 이후 재조명되고, 지금은 아이돌 급의^^ 인기를 누리고 계시다고 합니다. 어제 딸아이의 학교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 듣는 자리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건달 할배'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하신다는 선생님은 여든의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동서양의 철학을 넘나드는 광대한 지식에 삶의 지혜와 통찰을 담은 선생님의 말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에 집착하지 말라', '경기는 지는 사람을 위한 것, 분발할 수 있으니', '열심히 보다는 신나게 살아라', '통념에 맞서라'···. 때로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삶의 지혜를 전해주셨습니다.
'잘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선생님은 우리는 매일매일 '처음'을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처음이고, 아니 매 순간순간이 모두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처음이니 열심히, 신나게 살아야 한다고요. 정신 바짝 차리고 통념이 아니라 온전한 내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꼰대'가 아닌 '어른'이 귀한 시절, 선생님의 지혜를 빌릴 수 있어 참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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