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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by 움이야기 2015. 12. 11.




2015년을 관통하는 주제어를 꼽는다면, 슬프지만 '헬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옥(hell)'같은 '조선'반도에서 절망하는 젊은 세대의 아우성이죠. 어려서부터 입시 경쟁, 졸업 후에는 취업 경쟁,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흙수저' 입에 물고 연애도, 결혼도, 아이도 꿈꾸지 못하는 암흑의 시대를 만났습니다. 뭐, 다른 세대의 삶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데요.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노동 시간 1위, 출산율 최저, 청소년 행복지수 최저, 사회복지 최저…. 'OECD 50관왕'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입니다.


유엔의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 사람이 느끼는 행복도가 이스라엘의 억압을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라지요. 그래서 최근 '탈조선'을 꿈꾸거나 감행하는 사람들을 제 주변에서도 많이 봅니다. 여성정책을 담당하던 기자 출신의 한 친구도 다음 달 독일로 떠나고,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친구들도 '어떻게 하면 안 돌아올 수 있을까'를 궁리 중이고요. 안타깝지만 딱히 말릴 수도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힘들고 막막하다고 모두가 떠날 수는 없잖아요. 이 땅에서 어쩔 수 없이, 또는 한 줄기 희망을 꿈꾸며, 어찌어찌 살아가는 우리를 응원하며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는 날씨도 춥고 햇빛도 귀한 스칸디나비아의 작은 나라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묻고 있는데요. 저자는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 6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중시하며, 사회가 나를 보호할 거라는 신뢰 속에 안정감을 느끼고, 평등한 사회에서 남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의지할 수 있는 동네친구를 만들고, 교통지옥 없는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있는데, 이들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이죠.

덴마크 교육에는 '애프터 스콜레'라는 특별한 제도가 있는데요. 초등 과정 9년을 마치고 숙제도 시험도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이죠. 작년에 덴마크의 한 애프터 스콜레 교장 선생님이 한국에 오시면서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덴마크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혹시 높은 세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수입의 거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거든요. "내가 낸 세금으로 나도, 내 아이도 공짜로 대학까지 학교에 다니고, 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고, 혹시 실업을 해도 급여를 받고 노후 연금도 받는데 왜 그 돈이 아깝겠냐"는 간단명료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4대강 어딘가에 파묻혀있을 나의 세금을 생각하며 배 아프고 부러웠던 기억이….


이 책은 덴마크 이민을 권유하고 안내하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우리도 이 땅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꿈을 꿔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발', '성장', '경쟁'이 더 이상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헬조선'이라는 현실로 증명되었지요. 낡은 가치에 연연하기보다는 떠나지 않고도 이 땅에서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조금씩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