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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주의 여성의학(14) 임신,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

by 움이야기 2015. 12. 9.

문현주의 여성의학(14)

임신,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의 건강

건강담론에서 소외당하는 여성이 없기를

 



임신, 출산이 모든 여자의 생애주기에 들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최근 여성민우회가 삼십 대 여성들이 모여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마련하면서 만든 홍보물 카피입니다. 보는 순간 살짝 뜨끔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아니더라도 여성의 건강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임신, 출산 이야기만 해왔던 게 아닌가하는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임신, 출산을 생애주기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 비혼(꼭 해야 하는 결혼을 아직 못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는 미혼을 대신하는 말), 기혼 여성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중요한 몇 가지를 말씀드리며 마음의 빚을 덜어보려 합니다.

 

생식이 아니라도 여성 건강의 지표인 월경

 

임신과 출산이 삶의 계획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월경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은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월경은 생식만을 목표로 하는, 실패한 임신의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 건강의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긴밀한 협조로 한 달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월경은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균형이 약간만 어긋나도 조율이 깨지면서 불규칙해집니다. 억압된 기운으로 에너지 소통이 방해를 받으면 월경통이 심해지고 월경혈에 덩어리피가 많아지기도 하고요. 몸이 허약해지면서 월경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월경의 이상은 단지 일상의 불편함, 또는 임신의 어려움을 넘어 내 몸이 너무 힘들지 않은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과도하지 않은지를 살펴 이를 바로잡으라는 몸이 보내는 고마운 메시지입니다. 이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균형을 잃은 일상을 교정할 때 건강을 회복하고 심각한 질병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모성건강의 강조가 배제의 방식이 되지 않아야

 

한편 임신과 출산, 수유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은 이를 경험한 경산부에 비해 산술적으로 평생 하는 월경 횟수가 더 많고 그만큼 매달 있는 호르몬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이렇게 잦은 월경을 한 여성들은 임신과 수유 중에 일시적으로 월경을 중단한 여성들에 비해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궁내막암, 유방암 등의 발병 위험이 현저히 큽니다. 최근 유럽에서 10개국 30여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 여성에 비해 순환계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고, 특히, 유방암 위험이 현저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혼 여성들이나 임신 계획이 없는 기혼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에 비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기회가 훨씬 적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산부인과와 친하지 않아 산전, 임신 중, 산후 관리를 제외하고는 병원을 찾는 일이 흔하지 않으니까요. 산부인과 검진 중에 쉽게 발견하여 수술 없이 관리할 수 있는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도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가벼운 질염이 골반염으로 진행되면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고요. 신뢰할 수 있는 산부인과 의사나 한방 부인과 전문의를 주치의 삼아 정기적으로 검진과 상담을 받는다면 초경부터 완경까지, 여성의 생애주기를 좀 더 건강하고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임신과 출산을 중심으로 한 어머니로서의 모성 건강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생애주기에는 다양한 트랙이 있고, 많은 여성이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 후에도 자발적으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건강 담론에서 소외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움여성한의원> 문현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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