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엄마, 나야

by 움이야기 2016. 1. 13.

아이들, 얼마나 들떴을까요?.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나는 맘이.

엄마들 마음도 걱정 반, 후련함 반이었을 거예요. 아이들 없는 시간, 모처럼의 자유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거고요.

신나게 놀다가 나흘 후면 돌아올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입니다. 이 이별, 아마 '영원히'일테죠.


세월호가 가라앉고 벌써 사계절이 넘게 지나고, 그렇게 아이들의 생일도 다가옵니다.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있다 만난 아이, 열 일곱 번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는데 이제 주인공 없는 생일을 맞아야 합니다.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났으면….' 간절히 바라던 엄마에게 아이는 대답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저는 잘 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 마련된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먼저 간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작은 모임이 열립니다.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 아이가 좋아했던 친구들이 함께 모이지요.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추억과 함께 아이를 기억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치유 프로그램의 하나인데요.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생일 시'입니다.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어' 가족에게 전하는 것이죠. 서른네 명 아이들의 생일 시를 모은 책이 바로 시집 <엄마, 나야>입니다.

책 속에서 아이들은 한결같이 말하지요

'나는 지금 차가운 바닷속에 있지 않아요. 하늘에서 별이 된 친구들과 함께 있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아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보고 싶지만, 참을게요. 보이지 않지만 저는 항상 엄마, 아빠 곁에 있어요. 그러니 슬퍼하지 마시고 행복하셔야 해요.'


가슴이 미어져 책장을 넘기기 힘들지만, 한 번씩 큰 숨 쉬며 조금씩 읽고 있어요.

이렇게라도 아픔의 100만분의 1쯤, 나눠서 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한의원 대기실에도 한 권 두었어요. 함께 읽어주세요.

루시드 폴의 "아직, 있다"를 같이 들으시면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