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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움여성한의원 칼럼] ‘더위’, ‘습기’, ‘냉기’ 다스리기

by 움이야기 2016. 8. 11.

<헬스데이뉴스>에 연재하는 '문현주의 여성의학 움이야기' 스물두 번째 칼럼입니다.



문현주의 여성의학(22)

무더운 여름,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더위’, ‘습기’, ‘냉기’ 다스리기



나이가 들면서 참을성이 없어진 건지 체질이 변한 건지, 해가 갈수록 여름을 지내는 일이 점점 더 힘에 부칩니다. 에어컨 없이도 냉면에 얼음 동동, 시원한 수박 한 덩이면 여름을 거뜬히 나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추위’보다는 단연코 ‘더위’였는데 말이죠. 개인 탓만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세계 기상기구는 올해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거라고 예상했으니까요. 스마트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폭염을 피하라, 오존 농도가 높으니 주의하라는 긴급 재난문자가 울리고요.


여름철 질병, 자연환경 고려해야


‘인체는 소우주(小宇宙)’. 이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생리, 병리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이며 질병 치료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며 별이 움직이고 계절이 변하는 자연의 운행이 우리 몸에도 그대로 반영되며 작은 우주인 인체는 우리를 둘러싼 대우주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지요. 바람(風), 추위(寒), 더위(暑), 습기(濕), 건조함(燥), 뜨거움(火)은 적당한 정도로 서로 균형을 이룰 때는 괜찮지만, 어느 하나가 지나치면 질병을 일으키고요. 그래서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질병을 다스릴 때는 무더위와 습기 같은 여름철 특유의 자연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위’에 지친 맥을 살리는 ‘생맥산’


한의서에 기록된 여름철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주하병(注夏病)이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입맛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으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지요. 뜨거운 한여름 푹푹 찌는 무더위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입이 마르며 가슴도 답답하고 어지러운 ‘더위 먹은’ 증상을 ‘서병(暑病)’이라고 하고요. 모두 원기가 허약하고 진액이 부족하여 발생한 병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물이 부족하면 식물들이 윤기 없이 시들시들해지는 증상과 비슷하지요. 이럴 때는 기운을 북돋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합니다. 생맥산(生脈散)은 여름철 더위에 지친 이들의 꺼져가는 맥(脈)을 살리는 명약으로 기운을 북돋는 인삼, 새콤한 맛으로 수렴하고 갈증을 줄이는 오미자, 진액을 늘려주는 맥문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습기’로 생긴 염증은 비위 기능 돕는 치료로


여름철 무더위 못지않게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습기’입니다. 쨍쨍한 날에는 그늘에 들어가면 더위를 식힐 수 있지만, 비가 올 듯 말 듯 아침에 넌 빨래가 그대로인 습한 여름은 우리 몸에도 과도한 습기를 남기지요. 솜에 물 젖은 듯 몸이 무겁고 관절 여기저기가 찌뿌둥하게 쑤신 증상이 대표적이고요.


여름철에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질염도 습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축축하고 습한 곳에 곰팡이가 끼듯이 면역력이 떨어지고 순환장애로 습담(濕痰)이라고 하는 노폐물이 정체하면 염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때는 잘 말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기성이 좋은 넉넉한 옷을 입고 일회용 제품보다는 면으로 된 생리대나 팬티라이너를 사용하며 우리 몸에서 수분 대사를 담당하는 비위(脾胃) 기능을 돕는 한방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차가운 기운’도 특별히 주의해야


아이러니하게도 무더운 여름철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은 ‘차가운 기운’입니다. 여름철에는 따뜻한 양기(陽氣)가 몸의 겉 부분으로 올라오는 대신 차가운 음기(陰氣)는 뱃속에 잠복하는 경향이 있어서 차가운 물이나 수박, 참외같이 성질이 냉한 과일을 많이 먹으면 배탈 나기가 쉽지요.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 사무실에서 온종일 피할 수 없는 에어컨은 냉방병을 일으키는데요. 한의학적으로 보면 양기가 찬 기운에 상하여 온몸에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더웠다 추웠다, 팔다리가 쑤시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증상입니다.


다행인 것은 밤낮없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 푹푹 찌는 이 무더위에도 끝은 있다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더위와 습기에 상하지 않게, 그리고 과도한 냉기도 조심하며 건강하게 여름을 버텨내도록 해요. 가을의 시작, 입추가 지났으니 이제 슬슬 후끈한 공기에도 조금씩 가을의 서늘함이 섞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