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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원장의여성건강365일> 스스로 행복하게 출산을 선택하는 시대를 꿈꾼다

by 움이야기 2012. 1. 12.

오늘자 여성신문에 실린 새해 첫 칼럼입니다. ^^

 

http://www.womennews.co.kr/news/view.asp?num=52063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스스로 행복하게 출산을 선택하는 시대를 꿈꾼다

소수의 특권을 위한 의료를 경계하며

 

새해가 밝았습니다.

비록 어제와 똑같은 해가 뜨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새날’ 그 자체가 희망입니다.

그래서 모든 시작은 힘차고 아름답습니다. 희망과 꿈이라는 작은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요.




‘베이비푸어’의 시대

 

이 모든 시작 중에서도 단연 가슴 설레고 빛나는 시작은 바로 ‘생명탄생’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올해는 임진년(任辰年), 육십 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黑龍)의 해라며 많은 언론에서 또 한 번의 ‘베이비 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시대에,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장밋빛 희망이 아니라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해도 가난한 ‘워킹푸어’, 집은 소유하고 있지만 가난한 ‘하우스푸어’, 대출받아 결혼해 신혼 초부터 가난한 ‘허니문푸어’에 이어 이제는 ‘베이비푸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기르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가난입니다.

 

의학과 신기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이전에는 집에서도 쑥쑥 낳고 잘 키웠지만 이제는 출산이 의료화 되면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병원에서 분만을 합니다.

물론 그 결과 분만과정은 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해졌으며,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상태도 좋아졌습니다. 대신 자연스러운 여성의 임신과 출산과정이 의료 영역에 더욱 공고히 예속되면서 관리 받고 치료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신기술로 산모의 임신 중 검사와 관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해졌습니다. 임신 초기 검사와 몇 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 초음파 검사 외에도 정밀초음파와 컬러입체초음파로 태아의 모습을 미리 만나기도 합니다. 또한 기형아 검사에 최근엔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많은 산모에게 권유되는 고가의 양수검사까지, 문제는 이게 다 ‘돈’이라는데 있습니다.

물론 임신 중 드는 비용은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탯줄을 자르고 대신 돈줄을 붙이고 나왔다’고도 하더군요.

필수 예방접종의 비용지원을 확대한다는 최근의 뉴스는 반갑지만, 필수예방접종 외에도 안 맞히자니 찝찝한 고가의 예방접종 종류는 자꾸만 늘고 있습니다. 의학과 신기술의 발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난임 부부를 돕는 진짜 방법에 대한 고민

 

한편으로는 아이를 원하지만 임신이 어려운 난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정부는 2006년부터 <불임부부 지원 사업>을 통해 불임부부의 시험관시술 비용(2010년부터는 인공수정시술 비용 포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험관시술에 집중되는 정부의 <불임부부 지원 사업>은 마치 임신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되는 듯한 ‘생식의 의료화’를 가속화 시킵니다. 또한 ‘과도한 호르몬제 사용이 여성의 생식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요.

무엇이 난임 부부들이 원하는 ‘건강한 자연임신’을 위한 최적의 지원방안인지에 대한 논의는 따로 이루어져야겠지만, 문제는 <불임부부 지원 사업>이 경제적 지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평균 근로소득 150% 미만의 난임 부부에게 체외수정비용의 약 50%가 지원되고 있기는 하지만 평균 체외수정비용이 정부지원 전보다 약 50% 정도 상승했기 때문에 환자의 비용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인공수정 비용도 지원 전에 비해 월등히 상승했고요. 이는 비급여 시술비와 검사비, 약가통제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임 환자들은 어설픈 지원보다는 불임시술을 건강보험급여항목으로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합니다.

 

소수의 특권을 위한 의료민영화를 경계하며

 

2012년 새해, 국가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올해 초 발효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혹자는 한미 FTA가 의료민영화로 가는 수순이 아닐까 염려하고 혹자는 이는 괴담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미 FTA 체결이 바로 의료민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의약품 특허 및 자료독점권을 강화함으로써 약제비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여하튼 영화 <식코>에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미국 의료의 현실이 우리나라에 이식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호텔처럼 화려한 병원, 높은 수준의 서비스, 첨단기술의 장비들... 다 좋지만 이것이 소수를 위한 특권이 되지 않기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새해에는 즐겁고 행복하게 자발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원하시는 모든 분들 건강한 임신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1168호 [오피니언]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