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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칼럼]“건강보조식품은 당신을 구원할 수 없다”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by 움이야기 2012. 3. 5.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건강보조식품은 당신을 구원할 수 없다”

건강은 나로부터, 그리고 환경으로부터

 

자명종 시계 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나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뛰어 나가려는 순간, “앗, 건강 챙겨야지!”하며 비타민, 간장제, 영양제 등 한 움큼의 건강보조제를 입에 털어넣습니다.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을 못 자 비몽사몽간에도 엄마가 챙겨주는 각종 캡슐을 입에 물고 학교로 달려갑니다.

 

누구보다도 바쁜 한국인, 열의 일곱 이상은 건강기능식품을 챙겨먹고 있다니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그러나 막상 아침식사는? 바빠서 못드신다고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주객전도’입니다.

 

건강보조식품, 예방백신에 대한 맹신의 위험성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습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의 바람이지요. 하지만 유난히 과열된 건강에 대한 관심,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은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도저히 건강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린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징표, 혹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지푸라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질병예방을 위해 가장 흔히 섭취하는 비타민제의 경우 기대와 달리 암 예방 등의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논문들의 결과입니다. 오히려 과도한 양의 지용성비타민을 섭취한 경우 몸에서 대사되지 않고 축적되면서 질병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보고들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실험도 있습니다. 연구집단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모두 가짜약을 주고 한 그룹에게는 이 약이 몸에 좋은 비타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비타민제라고 믿고 약을 먹은 그룹의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운동을 안하고 흡연율도 높았습니다. 건강보조제를 맹신하고 이에 의존한 결과이지요.

 

의학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성분’만을 추출하거나 합성된 비타민제를 복용하기보다는 음식물을 통해 천연의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비타민만큼 많이 먹는 오메가-3에 대해서도 최근 상반된 결과가 나왔는데, 생선으로부터 직접 오메가-3를 섭취한 여성들의 경우 암을 유발하는 용종의 발생이 감소하였지만, 오메가-3 보조제를 먹는 경우에는 이렇다 할 암 예방효과가 없었습니다.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함께 질병예방의 첨병으로 알려진 ‘예방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백신’의 경우도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하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오히려 자궁경부암 발생위험을 더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내 삶의 리듬 만들어가기

 

건강해지고 싶지만 건강할 여유조차 없이 숨가쁘게 바쁜 현대인들, 그러나 ‘건강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의학에서 음식은 우리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오장육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이는 단지 구성된 ‘성분’의 총합이 아니라 고유의 기운과 맛, 즉 ‘기미(氣味)’로 작용하면서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우리 몸에 전합니다. 정성이 담긴 음식을 똑같은 성분의 합성 영양분으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과로는 기를 손상시키고, 운동부족은 기의 운행을 막습니다. 또한 경쟁과 지나친 긴장은 면역력 저하와 순환장애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과 노동과 휴식,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안배되어 있는 삶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곧 건강한 생활을 꾸리는 비법입니다.

 

썩은 상자 안의 사과는 싱싱할 수 없다는 이치

 

좀 더 넓게 본다면, ‘소우주’인 나의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와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대우주’가 건강해야 합니다. 따라서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난지도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사고수습은 커녕 후쿠시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점차 늘어나면서 인류는 다시 한번 체르노빌에 이은 대재앙의 위험 앞에 놓여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오염물질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방사능은 DNA를 파괴하고 세포재생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파괴적이고 치명적입니다. 또한 잠시 노출되었다가 지나가거나 해독되는 것이 아니라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인체에 축적되어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칩니다. 직접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외부피폭도 문제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내부피폭 또한 암이나 유전자 이상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어른에 비해 세포분열이 왕성한 아이들이 받는 피해는 훨씬 심각합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싶어도, 건강하기 위해 개인이 노력해도, 나를 둘러싼 환경이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 건강할 수 없습니다. 썩은 상자에 담긴 사과가 싱싱할 수 없는 이치입니다.

 

3월 10일, 시청광장에서는 마침 중요한 두 행사가 함께 열립니다. ‘3. 8 세계여성의 날’ 행사와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이라 외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 행사입니다.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이라 외치며 여성의 정당한 노동권과 인권을 주장했던 여성들이 이제, 이에 더하여 ‘건강과 생명’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생명을 살리고 위기의 지구를 지키는 일, 정복과 파괴가 아니라 살림과 창조의 에너지를 만들어 가는 일, 이제 여성의 지혜가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1176호 [건강]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