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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스스로 일상을 바꾸는 '능동적건강'으로"

by 움이야기 2012. 6. 21.

<건강검진, 종합검진 함부로 받지 마라>를 읽고


"스스로 일상을 바꾸는 '능동적건강'으로"






명색이 의료인이라면서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제대로 건강관리를 못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세끼 식사도 영양을 따지기는 커녕 대충 때우기 일수고,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 전부, 건강검진도 때 맞춰 하기 버겁습니다.


추가비용, 추가검사 요구하는 건강검진...꼭 필요한 것일까?


그러다 작년 말 큰 맘 먹고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대단한 검진프로그램은 아니었고 그냥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검사에 자궁암, 유방암, 갑상선암 검사 등 몇 가지를 추가했던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궁암, 유방암 검사에 대해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궁암 검사 결과는 'ASCUS(atypical squamous cells of undetermined significance)'. '중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성격의 비정형 편평세포'로 추적조사만 잘 하면 되는 거였고요. 유방암 검사도 월경 전이라 치밀유방이 나오기 쉬었겠다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 유방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뭔가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요.

 

비싸고 항목 많고 최신 장비라고 훌륭한 검진은 아니다


최근 읽은 <건강검진, 종합검진 함부로 받지 마라>는 다양한 건강검진, 고가의 건강검진이 상품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많은 논문들을 근거로 건강검진이 주는 이득과 함께 과진단의 위험을 살펴볼 것을 충고합니다.

 

먼저 '비싸다고, 최신 장비라고 모두 훌륭한 검진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근 초고가 건강검진에서는 PET/CT라 해서 '암 조기발견 검진'을 하고 있는데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종합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연구돼 <핵의학학회지(Annals of Nuclear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1,336명의 검진자 중 47명이 암이 의심되었으나 확진검사에서는 최종적으로 11명만이 암환자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이 중 2명의 폐암, 악성 흉선종은 흉부 CT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고 갑상선암 2명은 초음파로 발견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 7명은 '아주 천천히 진행되거나 진행이 안 되면서' 생명에는 거의 지장이 없는 매우 작은 사이즈의 갑상선암, 신장암으로 밝혀졌습니다.


무조건 비싸고, 검진항목이 많은 종합검진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병력과 가계력 등을 살펴 위험한 쪽을 좀 더 자세히 살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알아서 병'이 되는 대표적인 암, 갑상선암과 전립선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통계는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 40-50대 여성에게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 제 주변에도 갑상선암으로 수술한 여성들이 최근 여럿인데요. 


그런데 이 암의 증가가 과도한 검진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입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9.5로 이웃나라인 일본의 약 14배(일본은 인구 10만 명당 4.4)라는 사실, 반면 두 나라 간의 갑상선암 사망률은 거의 비슷한 정도입니다.

 

 



                                               <출처: 건강검진, 종합검진 함부로 받지 마라>

 

갑상선암의 위험요인은 유전적 소인, 방사선 노출, 요오드 섭취, 양성 갑상선 질환의 병력, 호르몬 및 생식 인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큰 차이는 없으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갑상선초음파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많이 검사할 수록 많이 증가하는 것이 갑상선암이며, 증가율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사망률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알아서 병'이 되는 대표적인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의 전립선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통해 쉽게 선별검사를 하면서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꼭 조기검진, 조기치료가 좋은 것은 아닌 대표적인 암이 바로 전립선암입니다.


미국에서 7년간 추적검사를 한 결과, 갑상선암 선별검사를 한 그룹에서는 인구 만 명당 116명, 검사를 하지 않은 대조그룹에서는 95명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했습니다. 사망률은 선별검사를 한 그룹에서 2.0, 검사를 하지 않은 그룹에서 1.7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립선암이 발생하였더라도 사망률은 매우 낮으며, 선별검사를 하더라도 더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립선암 수술은 수술 후 요실금, 성기능장애, 배뇨장애 등의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질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최근 친척어른 여러분이 줄줄이 PSA 검사를 하고 전립선암 수술을 하셔서 가족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전립선암 검사는 미리 받지 말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조기진단에 의한 이차 예방보다 '생활습관치료'에 의한 일차 예방이 중요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일차 예방입니다.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진단하는 이차 예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상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차 예방이라는 것입니다.


'생활습관치료'는 'Therapeutic Lifestyle Change'라는 이름으로 치료방법의 하나로 당당히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지요.


한 연구에서는 식이요법, 비흡연, 비만예방, 운동 등의 생활습관치료로 심근경색의 위험이 92%나 낮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당뇨병 예방에 관한 중요 연구에서도 당뇨 고위험집단을 위약(가짜약) 그룹, 메토포르민 투약 그룹, 생활습관수정 프로그램 그룹으로 나누어 추적 관찰한 결과 당뇨병 발생률이 각각 11.0, 7.8, 4.8로 생활습관수정의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 역시 일차예방으로 예방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제시된 생활습관수정은


1. 붉은 육류와 가공육 섭취 줄이기, 

2. 과일과 채소 소비 늘리기, 

3. 중등도의 운동 주 5일 이상, 최소 30분 정도 실시, 

4. 음주량 줄이기로 실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차예방은 한가지 질병 뿐 아니라 여러 질병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건강검진만 받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입니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입니다.

검진을 받고 누군가 나를 점검해주고 치료해주기를 바라는 '수동적 건강'보다는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건강해지기 위해 일상을 바꾸는 '능동적 건강'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