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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인터뷰] 현주 vs 현주, 그리고 움 "더 새롭고 풍성해질 '움'을 기대하며"

by 움이야기 2012. 8. 3.



[인터뷰] 현주 vs 현주, 그리고 움




"더 새롭고 풍성해질 '움'을 기대하며"

 


8 1일부터 움여성한의원은 조현주 원장님이 새롭게 환자들을 만납니다. 문현주 원장님은 영국의 더럼대학교에서 의료인류학을 공부하고 2년 후에 돌아옵니다. 사람이 바뀐다기 보다 움이 더 풍성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두 현주 원장님의 수다를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앞으로도 뉴스레터는 계속 발행될 예정이며, 영국에서 전해 오는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들이 함께 실리게 됩니다<편집자 주>

 




이름이 둘 다 현주네요.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문: 같은 대학원, 같은 지도교수, 부인과 수련의에서 박사과정까지, 똑같은 코스를 거치면서 공부했어요. 몇 년 전에는 습관성유산 관련 논문도 함께 썼고요. 이름마저 같으니. (웃음)

조: 그러게요. (웃음) 꽃마을한방병원에서 레지던트(주치의)였을 때 문원장님이 부인과 과장이기도 했죠. 후배로서 제가 많이 배웠어요.


이후 움여성한의원(이하 움)이 문을 연 게 2003년으로 기억하는데 조원장님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으셨는지.


조: 전 2005년 초부터 비만 전문 프랜차이즈 한의원에 부원장으로 가게 됐고 바로 지점의 원장으로 1년 일했어요. 근데 부인과 전공으로 비만 환자만 보는 것보단 좀 더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인한방병원이 개원할 때 부인과 과장으로 들어가 6년 넘게 있었죠.


문: 보통 대학병원이 아닌 이상 일반진료만 하기 쉬운데 제가 알기론 진료만 본 게 아니고 수련의 지도도 하고 논문도 쓰고 대학강의도 하고 굉장히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조: 교육을 맡아서 하다 보니 모르면서 말할 수 없으니까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스스로 자극제도 되었던 것 같아요. 강의는 상지대에서 본과 학생 대상으로 3, 4년 정도 했고요. 그리고 생각이 바뀐 게 예전에는 비만치료라고 하면 미용을 먼저 떠올리게 되잖아요. 근데 비만이 야기하는 질병이 워낙 많아요. 불임도 그렇고요. 건강 문제랑 일차적으로 바로 직결되는 게 비만이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는 부인과는 물론이고 비만클리닉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죠.


문: 그 와중에 책도 쓰고 방송활동도 활발하게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많이 팔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웃음) 소개 좀 해주세요.


조: 5쇄 들어갔다는데. (웃음) <기적의 108배 건강법>이란 책인데요. 108배가 종교적 의미, 기도의 의미 보다는 생활 속의 운동으로서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우연히 절에 가서 절을 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그러다 SBS 스페셜에서 연락이 왔어요. 좋다는데 얼마나 좋은지 108배를 실험 검증해 보고 싶다, 도와달라는 요청이었죠. 그래서 세팅을 하고 기계로 검사를 했어요. 적외선체열촬영 등을 해서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고요. 관련 방송이 나간 후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연락이 와서 내게 된 거예요.


문: 불임 환자들한테도 좋을 것 같은데. 자궁순환도 좋아지고 냉증도 많이 풀리고 무엇보다 절을 하면서 오는 마음의 집중, 에너지 순환, 이런 것들 자체가 임신에 큰 도움이 되잖아요. 환자 중에도 실제 108배를 하면서 좋아진 사례가 있었어요.


조: 여러 효과에 대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몸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크죠. 몸에서는 살이 빠지는 효과가 크고요. 수승화강이 된다는 게 중요하죠. 한의학에서 병 치료하는데 중요한게 화기를 내려주고 수기를 올려주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수승화강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절을 하면서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줄 수가 있죠.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고요.

 

그리고 마음의 변화가 중요한 문젠데요. 불임으로 힘들어하는 분들 보면 몸 자체보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잖아요. 그걸 편해져라 한다고, 마음을 놓아라 한다고 되지 않아요. 그래서 불임환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게 108배에요. 처음엔 나도 의심을 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절이 '저절로 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요. 저절로 풀리는 거요. 마음이 나도 모르게 해소가 되고 더 지나면 뜻하지 않은 해답이 보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거죠.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계속 변하게 되요. 결국 마음도 변하게 되죠.


문: 지금까지 움에서 해왔던 마음다스리기, MBPI(Mind-Body Program for Infertility)와도 통하는 게 있어요.

 

각자 다른 길을 걸을 때도 뭔가 생각이 통하는 게 많으셨던 듯해요. 논문은 어떻게 함께 쓰게 되었는지.


문: 습관성유산 환자들 사례가 모여 있는 병원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움의 경우는 케이스가 많고 저쪽은 케이스 보다는 연구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그래서 같이 하게 됐죠.

조: 제인한방병원의 경우는 불임환자도 계속 진료하긴 했지만 움처럼 불임을 전문으로 표방한 건 아니고 부인과 전반을 다루는 것에 초점이 더 맞춰졌죠.


*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 2010 8월호에 발표된 논문으로 움여성한의원 습관성유산 클리닉에서 치료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된 임상논문이다. 논문은 반복유산 환자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한방치료가 매우 효과적인 치료임을 통계분석을 최초로 시행해 입증했다. <편집자 주>

 

그렇게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진 거군요. 그럼 이제 떠나는 현주에 대한 이야길 해볼게요. 사실 한의학 공부를 하고 한의원을 개원해서 10년을 진료하다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닐 것 같은데요.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한국에는 문화인류학은 있지만 의료인류학이 없어요. 사실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도 커요. 밖에서 떨어져서 내가 살아 온 한국사회와 그 환경을 돌아보는 것이요."




문: 처음 움의 시작은 여성의 건강에 있어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함께 중요하다는 걸 모토로 내세웠죠. 한의학이 원래 그래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게 아니라서 몸만 건강하면 안 되고 마음을 도와야 하거든요. 그래서 공부하면서 환자들한테 NLP도 해주고 마음다스리는 법도 알려주고 상담하면서도 많이 들어주고 그런 거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런데 점차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느껴서 외부 전문 상담사 도움을 받아 집단상담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해 봤어요. 그러다 이게 그냥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게 많이 고민스러웠어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크죠. 사회적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이걸 풀어가는 단계에서 지식이 짧다는 걸 느꼈죠. 그렇다면 공부를 해서 이후의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 가얄지 고민하고 싶었어요. 


또 계속 관심 가져온 게 환경적인 문제인데요. 한의학이라는 것이 결국 생태의학이고 우리 몸의 생태를 바로잡는 거잖아요. 나쁜 걸 끄집어내고 부수고 고치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본래 고유의 성질로 돌아가서 가장 자연스럽게 스스로 그러하도록 만드는 게 한의학이고 그게 한의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몸은 끊임 없이 외부와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몸만 건강해서는 안 되는 거죠. 외부 환경호르몬, 외부 스트레스 같은 게 다 상관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 공부가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판단을 한 건지.


문: 한국에는 문화인류학은 있지만 의료인류학이 없어요. 불모지죠. 의료인류학은 인류학의 한 파트인데 의료사회학을 공부하는 일부 학자가 있지만 정식으로 개설된 과정이 있지는 않아요. 영국에는 개설된 의료인류학과가 몇 개 있거든요. 사실 그것 외에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도 커요. 밖에서 떨어져서 내가 살아 온 한국사회와 그 환경을 돌아보는 것이요. 이게 일종의 낯설게 보기인데 한국사회 내에서는 그게 안 되거든요. 여기서는 한의사로서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를 비판해도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의료는 급변하고 있고 비즈니스 쪽으로 많이 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양방이나 한방이나 마찬가지고요. 한국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많죠. 다른 나라 의료환경과 의료정책이 어떤지 보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보일 것도 같단 생각이 들어요.


또 환자들은 의료정보가 제한되어 있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왜곡된 진실인 경우도 많아요. 좀 더 제대로 된 얘기들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외국 논문도 계속 보면서 무엇이 건강에 진짜 좋은 건지 이런 얘기들을 하고 싶고요.


또 하나는 병원 경영에 대한 건데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서 이제는 병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넘어갔는데 이게 좋은 것도 있지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고민요. 병원이 기업화 되고 비즈니스화 되는 게 좋은 건가 싶어요. 미국이 아니라 영국을 택한 이유도 공공의료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무엇이 가장 환자들에게 진짜 도움 되는 건지 생각해보고 싶어서인데요. 환자를 위해 많은 시술을 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병원에 있어서 더 좋은 건가, 뭐 이런 고민이요.

 

정말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그 기간 동안 움에 남아 그 자리를 지키는 입장의 얘기도 들어볼게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떠나는 사람 보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게 사실 편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나도 나중에 개원하면 저런 스타일의 한의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조: 오래 생각했죠. 근데 제가 변화하는 걸 좀 즐기는 스타일이기도 해요. 또 하나는 의무감, 뭐 이런 것도 약간 있었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잖아요. 따라하고 싶은 모델 같은? 나도 나중에 개원하면 저런 스타일의 한의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진료도 잘 하시지만 진료 외적인 부분도 잘 접목을 하시니까. 잘 해오셨는데 그걸 놓고 가신다니 아까운 생각도 들고요. 2년이란 공백 동안 움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면 나중에 첨부터 또 다시 해야 되는데 그게 아깝잖아요. 한의계 전체를 놓고 봐도요. 


그래서 전 큰 힘이 될 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알아온 세월이 있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진료 스타일도 비슷하고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했어요. 제가 나중에 되고 싶은 모습 그런 거랑 많이 닮아 있으니까 저에게도 미리 사전 경험 같은 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후 다시 만나게 될 때가 더 기대되네요. 앞으로의 2년은 어떻게 될 지 들어볼게요. 우선 어디에서 어떤 공부를 하게 되는지 소개 좀 해주세요.



"새로운 의료 기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지 건강하게 하는 건지 의심을 가지고 보고 싶어요. 그래서 새로운 것들은 블로그나 뉴스레터 통해서 중간중간 중계하려고요."



문: 더럼(Durham) 이 역사가 있는 대학도시에요. 더럼대학교는 학교 건물 자체가 아주 오래된 성들이고요. 공부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전세계 논문도 다 보고. 불임에 대해서도요. 아, 그래, 한국 언론에서 이렇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이런 거였어, 깨닫고 사람들한테 막 알려주고 싶어요. 사람들 헷갈리잖아요. 전문가가 아니니까. 여성의 건강에 있어서도 그런 게 많아요. 예를 들면 환경호르몬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고, 호르몬제 계속 좋다고 나오는데 실제 어떤지 알려주고, 피임약 아무 문제 없다는데 진짜 그런지 알려주고.


의료인류학은 여러 분야에요.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생식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관계인데요. 의학이 발전하면서 많은 기술이 생기고 있잖아요. 시험관아기나 미세수정이나 착상 전 유전자 진단, 이런 게 과연 바른 방향으로 가는 건지 윤리적으로 철학적으로 맞는 건지 연구하고 싶어요. 새로운 의료 기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지 건강하게 하는 건지 의심을 가지고 보고 싶어요. 그래서 새로운 것들은 블로그나 뉴스레터 통해서 중간중간 중계하려고요.

 

움이 이제 10년 됐고 앞으로 이걸 받아서 어떻게 해보고 싶다, 이런 얘기도 들어볼게요. 진료든 치료든 운영이든.

 

"환자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싶어요.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역할은 꼭 있어요. 서로 공감을 하는 게 중요한 치료죠."



조: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랑 크게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진료실에 환자들이 왔을 때 굉장히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동네사랑방 같이 언제든 편하게요. 병원스럽지 않은 분위기 이런 걸 추구해 왔는데 물론 현재도 그런 분위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 스타일로 그걸 녹여서 언제든 편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싶고요. 환자들과 카톡도 주고 받을 수 있고요. 별 게 아닌데 궁금한 것도 있고 이럴 때 편하게 물어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이요. 거리를 가깝게 하려고요.


불임치료는 한의사든 양의사든 아무리 명의라고 소문난 사람이라도 앞날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게 어렵죠.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지만 역할은 꼭 있어요. 서로 공감을 하는 게 중요한 치료죠.

 

이제 2년 동안은 사람이 바뀐다기 보다는 움이 더 풍성해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블로그나 뉴스레터도 같이 운영하고요. 환자들도 그런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엔 낯설더라도. 2년 후에 움은 어떻게 될까요.





문: 2년 후에 돌아오면 같이 연구하고 상의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죠. 움과 함께 가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고요. 병원 체계도 그때쯤이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병원 같지 않은 병원’ 이런 혁신이 있었으면 해요. 이렇게도 병원이 될 수 있어 뭐 이런 거를 보여주고 싶어요.

환자들이 즐거운 병원이길 바래요. 영국에는 다양한 대체의학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같이 해나가는 모델들이 있어요. 난 그것들도 보고 오고 싶어요. 새로운 개념의 한의원을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화 하고 싶거든요.


조: 그때까지 제가 움을 잘 지키고 있어야겠네요. (하하)

 

그때까지 각자 있는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움도 더 성장하길 기대할게요. (끝)

 


   

움여성한의원 조현주 원장



   한의학 박사 (경원대학교 대학원)

   한방부인과 전문의 (꽃마을한방병원)

   제인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과장

   상지대학교 한의대 겸임교수

   실로암한의원 분당점 원장


   대한한방부인과학회 회원  /  대한추나학회 회원

   한방체열의학회 회원  /  대한약침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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