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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노트

[임상노트] 난임과 두통, 서로 별개의 질환이 아닐 수 있다

by 움이야기 2012. 10. 22.

[임상노트] 난임과 두통, 서로 별개의 질환이 아닐 수 있다



32세여성

임신력 : 0회

난임기간 : 3년

월경 : 28일 규칙적 주기

동반증상 : 평소 잦고 강도 높은 두통, 소화불량, 수족냉증, 목과 어깨의 통증

치료기간 : 4개월 한약치료, 주 1회-2회 침구치료

 

난임으로 내원하신 32세 여성, 소화불량 등 전반적인 순환장애가 보이면서, 특히 평소 심한 두통이 자주 생기는 특징이 있으셨습니다. 그 두통이 얼마나 심하냐면, 진통제 복용을 해도 잘 듣지 않았고, 본인의 머리를 벽에다 쿵쿵 찧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검사를 받아도 눈에 보이는 원인이 나오지는 않았구요. 난임을 주소로 내원하셨지만, 이 두통 증상을 쉽게 넘길 증상은 아니었지요.

 

이 환자의 경우 진찰을 해보니, 기혈의 순환장애가 있었는데, 특히 혈액이 허약하면서도 말초까지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의학 진단명으로 혈허두통입니다.

혈허증이 있고, 기혈이 말초까지 충분히 순환이 안 된다는 것은.. 두통의 원인도 되지만, 난임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임신이 잘 안된다 하면, 자궁 난소 탓만 할 수 있는데, 이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머리 속에 있는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 뇌하수체에서는 성호르몬이 분비되지요. 손끝 발끝으로 갈수록 혈관이 실뿌리처럼 가늘어지고 많아집니다. 뇌로의 혈류순환도 이 부분에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그 아무리 온몸을 조정하는 뇌라고 하더라도, 심장에서 피를 받는 입장에서는 말초순환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뇌척수액의 순환도 뇌의 환경에 영향을 주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목, 어깨의 근육 긴장이나 경추의 비틀림 등이 또한 미세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으로 인해 난임환자, 무월경환자, 월경불순 환자들 중에는 두통을 호소하는 빈도가 참 높습니다.

 

제가 수련의 시절 이 부분에 대해서 논문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환자군에서는 두통의 빈도도 높고, 경락기능검사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측정을 해 봐도 기혈이 머리로 충분히 못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고, 좌우안면의 비대칭 (체열측정시 비대칭)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혈허 두통에 쓰이는 대표 처방인 ‘당귀보혈탕’을 가감해서 머리로의 혈류순환을 도왔고, 항상 목과 어깨의 이완을 위해 침치료를 하고 추나치료를 해드렸습니다.

 

4개월정도 치료 하는 과정 중에서 두통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고, 소화도 잘 되고, 목의 통증도 완화되었습니다. 그 후 건강의 균형을 되찾고, 당연히 임신에도 성공하게 되었지요.

두통도 나아지고, 자연임신도 되고... 일석이조의 치료입니다.

 

 

"난임과 두통, 서로 별개의 질환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