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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이야기

시험관 아기, 소아암 위험 33% 증가

by 움이야기 2013. 10. 11.

영국 신문 <Daily Mail>에서는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기들의 소아암 위험이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1/3 정도 높다는 최신 연구결과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IVF babies are a third more likely to develop childhood cancer'). 


이 연구는 1990년 부터 2010년 사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12개 선진국에서 진행된 25 사례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로  2013년 6월 권위있는 생식의학 저널인 'Fertility & Sterility'에 발표되었습니다 ('Fertility treatment and childhood cancer risk: a systemic meta-analysis'). 연구 결과 불임치료가 소아암의 위험을 33% 증가시켰고, 그 중에서도 백혈병의 위험을 65%, 뇌와 중추신경계의 암 위험을 88%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서는 불임치료가 태아의 유전자 이상을 일으키면서 암위험을 높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란을 돕는 에스트로겐 길항제가 암을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diethylstilbestrol (DES)와 유사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암 발생위험의 증가가 불임치료의 직접적인 결과인지, 아니면 불임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능이상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따라서 조심스러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조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제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진화인류학자 Samuel K. Wasser의 주장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Wasser는 'the Reproductive Filtering Model'이라고 하여 모체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환경이 좋지 않을 때, 또한 태아자체가 건강하지 않을 때는 이를 자체적으로 거르는(filtering) 작용이 있다고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데 투자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갖고 최적의 생식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관시술 (IVF)로 대표되는 보조생식술은 이 필터링 과정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물론, 시험관시술 과정에서도 '착상실패', '유산' 등을 통해 건강하지 못한 수정란을 걸러내는 필터링 과정이 일부 작동하기는 하지만, 자연임신에 비해 덜 건강한 수정란도 외부에서 주입되는 호르몬의 힘을 빌어 임신까지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소아암의 증가도 기술의 힘에 의존하면서 모체의 필터링 기능이 느슨해지면서 발생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Wasser는 'the Reproductive Filtering Model'이 시험관시술 등 불임치료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시험관시술은 난관이상 등 특정불임 치료에서 임신가능성을 높이는 꼭 필요한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생식을 억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개인과 사회적 환경은 무엇인지 바로 알 때 임신실패율을 줄이고 임신을, 그것도 '건강한 임신'을 도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필터링은 건강한 후손을 얻기 위해 모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자연선택의 과정입니다. 또한 태어난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아닐 때에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필터링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이유로 아무 노력없이 그냥 손 놓고 내버려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임신을 원한다면 건강한 임신을 위한 최적의 조건, 즉 모체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노력을 임신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태어난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아기의 성장에 바람직한 사회적 환경, 사회적 지원 등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시험관시술의 도움이 없더라도 무사히 '필터링 과정'을 통과하고 건강한 자연임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출처 Daily 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