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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이야기

희망을 거래하는 시험관아기, 슬픔도 고려해야

by 움이야기 2013. 11. 12.

퇴임을 앞둔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 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 의장의 BBC와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A point of view: IVF and the marketing of hope'). 


영국은 1978년 세계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을 탄생시킨 시험관시술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84년에 보조생식술로 인한 사회적, 윤리적, 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Warnock 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HFEA (http://www.hfea.gov.uk/)라는 독립기관에서 시험관시술의 가이드라인, 새로운 보조생식술의 승인 등을 관리하고 시험관시술의 과정을 엄격히 감독하며, 매해 시험관시술 현황과 결과에 대한 자세한 통계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HFEA의 의장을 맡고 있는 Lisa Jardine 교수는 "시험관시술이 희망을 거래하는 시장 (The world of IVF is a market, a market in hope)"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Lisa 교수는 시험관시술이 시험관이 아니면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에서 임신을 절실히 바라는 정상 여성들로 그 대상을 확장하고 있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착상전 유전자검사,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사실 성공의 확률은 '실망스러게 낮다 (discouragingly low)"고 고백합니다.


시험관시술의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성공률이 부풀려 보고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실제 시험관시술로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성공하는 경우는 3명 중 한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HFEA의 공식 통계자료입니다. 




Lisa 교수는 또한 시험관아기에 대한 과다희망이 언론에 의해 부풀려져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재임 중에도 여러번 시험관시술의 낮은 성공률, 높은 비용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언론은 그저 시험관시술을 선전하는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고비용과 낮은 성공률을 고려할 때 시험관시술을 시작하는 난임부부들의 경우 성공뿐 아니라 실패로 인한 슬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한국의 보조생식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영국과 비교할 때 규제와 관리감독, 시험관시술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도 매우 빈약했습니다. 시험관시술이 호르몬치료, 난자채취, 이식에 이르는 침습적인 치료로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 또한 임신을 기다리는 난임부부들의 절실함을 생각할 때 시술에 대한 정확하면서도 현실적인 정보제공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