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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불임을 탈명사화 하라

by 움이야기 2011. 2. 13.

수업시간만 되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이 친구, 저 친구 건드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아이에게 '문제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 이후 이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도 "문제아, 꾀병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교실에 소란이 생겨도 "저 문제아 때문에..."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문제아'라는 고정된 명사 대신에 '수업시간에 앉아있기 어려워하는 아이',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아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면 그 아이에게, 그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마음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당신은 '암'입니다."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앞이 깜깜한 선고입니다.

아마 "이제 나는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암'이라는 고정된 명사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그저 병원의 처치에 내 운명을 맡겨야할 뿐.

그러나 '세포가 이상세포로 변한 상태'라고 이야기하면 그 느낌은 어떠한가요? 뭔가 변화를 위해 노력해볼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습니까?

 

'불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불임'입니다."라는 의사의 진단앞에서 느끼는 여성의 무력감, 아마도 '앞으로 나는 영영 임신을 못하나보다'라는 절망감이 몰려올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죠?" 라는 물음 속에는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 '임신'의 주도권을 내가 아닌 의료기술에 넘겨주고 무기력하게 그 과정을 따라가겠다는 주체의 전환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고정되어 있고 갇혀있는 '불임'이라는 명사대신 '아직 임신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풀어말하면 어떠할까요? 

느낌이 달라지지 않나요?

'불임'을 탈명사화할 때 우리는 많은 부분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어떤 부분이 약해서 임신이 안되었을까?

그 부분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관점의 작은 전환이 임신을 기다리는 내 몸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올 한해, 임신을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 그러나 '아직 임신이 되지않은 경험'을 겪고 있는 분들, 모두모두 건강한 임신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