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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생활 Tip

[불임극복식단] 지나친 채식보다는 고른 식단: 식물성 에스트로겐 주의

by 움이야기 2014. 10. 15.

진료실에 복귀하여 제일 먼저 한 일이 불임/습관성유산 환자분들에게 드리는 '건강한 임신을 위한 생활가이드'의 수정본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주된 작업은 '육류 대신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라'는 내용을 삭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은 육류로 대표되는 동물성 지방이 건강을 위협하며, 특히 건강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육된 가축의 섭취가 자궁내막증, 배란장애, 월경이상 등 생식건강을 해친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불문율처럼 여겨져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인류학적 논문들은 지나친 채식 위주의 식단이 생식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포스팅한 <생식기능을 돕는 석기시대 다이어트>에서 설명한 것 처럼 인류의 식단은 농경을 시작하면서 급격히 바뀌어서 육식섭취는 줄고 곡식, 야채섭취 비율이 현저히 증가하였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쌀을 재배하여 주식으로 먹기 시작하였, 유럽에서는 밀을, 아프리카에서는 수수, 기장 등을 주 곡물로 섭취하게되었으며, 콩과(科) 식물들이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그런데, 음식으로 사용되는 많은 식물, 특히 콩류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Phytoestrogen)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식물이 섭취,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화학구조가 여성의 몸에서 생산되는 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매우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 때문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원래는 에스트로겐이 결합하도록 되어있는 수용체 (receptor)에 대신 결합하면서 에스트로겐 유사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 내 몸에 이미 충분한 에스트로겐이 있구나.’하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그 결과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의 생산은 억제됩니다. 또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안드로겐을 에스트로겐으로 변환시키는 효소에 결합하거나 간에서의 성호르몬 결합 글로블린의 합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오히려 인체 내에서의 에스트로겐 생성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섭취가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동물연구를 통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용량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클로버같은 식물이 많이 분포한 초원에서 자란 소나 양들의 생식기능이 억제되어 있었고, 인위적으로 식물성 에스트로겐 용량이 높은 사료를 준 가축에서 임신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보고들이 있습니다(Leopold et al. 1976).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직 엇갈린 결론들이 있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태이지만, 식물성 에스트로겐 섭취가 생식연령 여성들의 경우 여성호르몬 수치를 저하시키면서 생식력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식물성 에스토르겐이 인체 내 생식호르몬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 아마씨, 차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할수록 폐경기 이후 여성들의 여성호르몬 수치는 높았지만, 생식연령 여성들의 여성호르몬 수치는 오히려 낮았습니다(Kapiszewska et al. 2006; Lu et al. 2000). 또한, 다양한 시대별, 지역별 여성들의 여성호르몬 수치를 비교 분석한 생식 생태학자 (reproductive ecologists)들은 콩, 두부 등의 섭취가 월등히 많은 동양 여성들의 에스트로겐 농도가 서구 여성들에 비해 20-30% 정도 낮은 것도 콩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설명합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건강에 미치는 장, 단점에 대해서는 연령, 인종, 지역에 따라 복잡한 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논쟁들이 있고, 동물연구에 비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건강을 위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특히 임신을 기다리시는 여성들에게는 과도한 섭취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지나친 채식위주의 식사, 특히 이소플라본으로 대표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콩류의 과도한 섭취보다는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하는 식단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고기를 드실때에는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호르몬처리가 되지않은 육류의 살코기를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불임극복식단] 지나친 채식보다는 고른 식단: 식물성 에스트로겐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