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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산부인과, 편견을 넘어 여성건강의 중심되길

by 움이야기 2015. 7. 13.


 

지난 주말 SNS 뜨거웠습니다래퍼들의 경연인 <쇼미더머니>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송민호의 자작 중에서 '산부인과처럼 벌려'라는 가사가 문제가 되면서요.

"산부인과를 '다리나 벌리는 '으로 비하했다", "생명 탄생의 존엄한 의료적 과정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비판과 분노가 거센 가운데 힙합의 자유정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논란을 보며 첫번째 생각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변한 게 없는가'하는 자괴감이었습니다. 20 산부인과 이용 당사자로서, 30 이후 여성건강을 살피는 의료인으로서 많은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산부인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철옹성같이 단단하기만 합니다.

 


산부인과의 아이러니는 이곳이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면서도 여성들이 가장 꺼리는 장소라는 데 있습니다.


2012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여성들이 생각하는 산부인과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요, 주요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고싶지 않은 , 굴욕, 낙태, 임신, 출산, 다리 벌리는 의자, 두려움, 민망함, 부끄러움, 불편함, 수치감···

- <혹시 산부인과 가봤어?> 중에서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만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편협된 인식, 미혼 여성의 산부인과 진료는 성병이나 낙태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오해는 여성의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게 합니다. 또한겨우 용기를 산부인과를 찾더라도 '다리 벌리는 차가운 의자' 대표되는 안 좋은 경험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는 가급적 안 가야할 곳으로 여기며 평생도록 이곳을 멀리합니다.

 

문제는 기분 나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여성의 건강을 체크하고 상담받을 있는 편안한 장소여야 할 산부인과가 여성의 기피 공간이 되면서 피해를 받는 당사자는 바로 여성입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있는 질병을 끙끙 앓다가 병으로 키울 있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産婦人科). 출산한 부인만 가야할 같은 뉘앙스를 지닌 이름을 '여성의학과' 바꾸자는 논의는 여전히 결론을 못내고 답보 상태입니다. 환자가 아니라 의사의 편의를 위한 산부인과 의자의 개조는 어려운걸까요? (영국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는데 의자를 사용하지 않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환자를 배려한 세심한 질문과 치료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여성들을 훨씬 편하게 할 텐데요.

 

결혼을 했건 안 했건, 나이가 많건 적건, 성소수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해 편하게 상담하고 치료받을 있을 여성은 훨씬 건강해질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