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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책이야기> 눈먼자들의 도시

by 움이야기 2015. 7. 9.

어느 날 복잡한 거리 한가운데 자동차가 멈춰 섭니다. 운전자는 눈앞이 온통 하얗다고, 앞이 안 보인다고 소리칩니다.

안과를 찾았지만, 의사는 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난생처음 보는 희귀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를 비롯하여 눈이 남자와 접촉한 사람들 모두에게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병' 어느 날 갑자기 평화롭던  도시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은 강제로 격리됩니다.





<눈먼자들의 도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로, 눈이 강제 격리된 사람들이 겪는 혼란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그리고 있습니다. 절망과 혼돈, 지옥 같은 극단의 상황에서 그대로 올라오는 인간의 본능, 야만과 폭력은 잔인하고 끔찍했습니다. 책장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요. 눈먼자들과 함께하는 유일한 뜬 자, 의사 부인은 혼돈의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서로를 향한 연민과 사랑, 협동과 연대, 과감하고 단호한 판단이 나락에 빠진 이들을 구원할 있었습니다.

 

 작품은 제게 여성주의 소설(영화)로도 읽혔습니다. 여성들에 대한 성적 학대, 이에 대한 응징, 세상을 구원하는 여성적 리더십... 비 오는 테라스에서 함께 몸을 씻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의 모습은 신성한 의식(ritual)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소설을 먼저 읽고 난 영화는 상상했던 장면들과 배치되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해서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덥고 지루한 여름, 오싹하기는 하지만 몰입해 읽는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