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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움여성한의원 칼럼]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by 움이야기 2016. 6. 10.


문현주의 여성의학(20)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남성난임, 보조생식술 서두르기보단 전신 건강부터




남성 난임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난임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의 수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남성 난임의 연평균 증가율이 여성 보다 두 배가량 높다는 통계 보고가 있었습니다.


남성난임이 늘어나는 이유


일단은 정액 검사를 받는 남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지요. 사실 임신은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이루고 자궁에 착상하는 생명 현상으로 난임의 절반 정도는 남성 요인이 차지하는 게 이론적으로 봐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동안은 주로 여자 혼자서만 검사받고 치료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 난임이 숨겨져 있다가 정액 검사를 받는 남성이 늘면서 정자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진 거죠. 


한편, 단지 검사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정자가 약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50년간 전 세계 남성들의 정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덴마크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시작으로 ‘줄어드는 정자’ 논란이 계속되었는데요. 2012년 프랑스 연구팀은 남성의 평균 정자 수가 1990년대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 환경오염과 독성물질, 전자파, 운동부족, 오래 앉아있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 등이 정자를 약하게 만들었지요.


'정자 따로, 건강 따로'라는 잘못된 오해




난임 치료에는 성별에 따른 특이점이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는 일단 ‘난소 기능이 약하다.’, ‘난자의 질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으면 먼저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시작하지요. 식단도 바꾸고 운동도 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한방치료를 받기도 하고요. 


반면, 정액 검사에서 정자 수가 적거나 활동성이 약하고, 또는 기형 정자가 많다고 진단을 받으면 건강을 생각하기보다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 보조생식술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자 따로, 건강 따로’라는 잘못된 오해 때문이지요. 하지만 ‘난임은 경고(infertility is a warning)’라는, 즉 정자 건강이 전신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9,000명이 넘는 대규모 연구에서 정자 이상이 있는 남성이 정상 정자를 가진 남성에 비해 고혈압 등 순환 장애, 심장 질환, 혈액 질환, 내분비 질환의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아이젠버그(Eisenberg)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난임 남성이 정자가 건강한 남성에 비해 질병 사망률이 높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올해 독일 뮌헨에서 열렸던 유럽 비뇨기과학회에서는 난임 남성이 골다공증,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스웨덴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고요. 병원과 친하지 않은 젊은 남성들이 임신을 준비하면서 어렵게 병원을 찾고 정자가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무리하게 보조생식술 등을 통해 임신을 서두르기 전에 먼저 건강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건강해야 임신 확률 높아져, 의학적 도움은 그 이후에


정자 건강이 생식 건강을 넘어 남성의 전신 건강을 나타낸다는 최신 연구결과는 사실 오랜 한의학적 관점과 일치합니다. 한의학에서 정자는 남성의 ‘정(精)’, 즉 생명의 에센스이지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에너지와 후천적으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결합하여 이루는 남성 건강의 정수입니다. 따라서 몸이 건강하지 않은데 정자가 건강해질 수 있는 방도는 없습니다. 건강한 정자는 건강한 몸의 결과물일 뿐이지요. 남성 난임을 치료할 때 한의학에서 균형 잡힌 전신의 건강과 몸의 근본적 에너지인 원기(元氣)를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정자는 단지 생식의 도구, ‘아기 씨’가 아닙니다. 여성의 건강상태가 월경으로 나타나듯이 정자는 남성 건강의 지표입니다. 정자가 건강하지 않다면 보조생식술을 서두르기보다는 먼저 건강을 살피세요. 혹시 너무 과로하고 있지 않나,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나, 술과 담배로 정자 건강을 해치거나 전자파 노출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건강에 해로운 음식으로 대충 때우고 운동부족, 비만으로 건강이 나빠진 상태는 아닌지 돌아보고 바로 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남성에게도 건강을 회복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임신은 그다음 일이지요. 건강해지면 임신 확률도 높아지고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건강해진 이후에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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