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싱 스트리트(Sing Street)>는 조금 더 젊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고등학생들의 밴드 이야기거든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주인공 코너는 학비를 줄이기 위해 전학을 가야 했지요. 새로운 학교생활은 암울했습니다. 폭력을 일삼으며 공부는 뒷전인 아이들, 게다가 학교는 쓸데없는 규칙을 내세우며 검은 신발을 살 여력이 없었던 코너를 힘들게 했지요.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은 결국 사랑. 학교 앞에서 만난 모델 지망생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는 얼떨결에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라피나에게 뮤직비디오를 찍는다고, 출연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어떻게든 수습해야 했거든요. 음악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진짜 밴드를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었죠.
스스로를 '퓨처리스트(Futurist)'라고 부르는 변방의 십 대들, 현재는 암울했지만, 음악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그들의 열정이 아름다웠습니다.
영화 자체는 사실 너무 평탄했습니다. 마음 졸이거나 아슬아슬한 장면 없이 쭉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갔지요. 저는 그래서 좋았습니다. 그 덕에 편하게 노래도 감상하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득 묻어있는 80년대 아일랜드 풍경을 즐길 수 있어서요. 뮤직비디오 속의 촌스러운 의상,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전하는 장면, 그리고 낯익은 아일랜드의 거리 풍경까지….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아일랜드로 떠났던 마지막 여행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영화 속에서 코너와 라피나가 할아버지의 낡은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떠나던 장소, 달키(Dalkey)에도 갔었지요. 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넘어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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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 테이프와 포트폴리오만 달랑 들고 런던으로 떠난 코너와 라피나는 꿈을 이루었을까요?
만만치 않았겠죠. 어쩌면 세찬 파도에 영국까지 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왔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함께했던 시간, 함께 만든 음악, 도전과 성취의 경험은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두 사람에게 큰 힘이 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청춘이 부러웠습니다. 그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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