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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영화이야기] 소녀와 여자

by 움이야기 2016. 7. 16.

소녀와 여자, 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법적으로야 만 19세, '미성년자' 딱지를 떼고 나면 어른이지만 가끔은 사회적 통념이 더 강력한 힘을 갖기도 하지요.

한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결혼해서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머리를 올려야 비로소 어른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기도 했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나이 서른 넘도록 부모 곁에 빌붙어 사는 성인을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케냐와 우간다 등 아프리카 전통 부족에서는 '할례'를 받은 소녀만이 어른 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종의 성인식이며 통과 의례지요.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합니다.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절단하는 '여성 성기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 FGM)'는 극심한 공포와 통증뿐 아니라 하반신 마비,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니까요. 건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할례를 받았다고 해도 아직 10대인 소녀들은 결혼과 출산에 내몰리며 학업을 중단하게 되지요.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 FGM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기가 되면 소녀들의 할례가 시작됩니다. 부족의 시술자들은 면도날로 음핵을 절단하고 마을 사람들은 여자가 된 소녀들을 춤과 노래로 축하하는데요. 시술을 받으며 동시에 여자로서의 도리, '지혜'를 전달받는다고 증언하기도 합니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FGM을 피해 도망친 소녀들을 위한 캠프가 열립니다. 소녀들은 이야기하지요. '나는 꿈이 있다고',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중동과 아프리카 등 FGM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 대부분은 여성 할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통이라는 이름의 문화적 신념이며 공동체의 압력이지요.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결혼하기 어렵고, 결혼해도 남편의 밥을 해줄 수 없으며, 곡식 창고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어서도 무덤에 묻힐 수 없는 극심한 차별과 배제가 다른 선택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인류학에서도 FGM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미개하게 보이더라도 이건 우리의 전통문화야.' '서구의 시선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마.'라고 말하면 난감해질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해치는 악습에는 단호한 대응과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의례를 통해 나이 든 여성이 어린 여성에게 지혜를 전하고 축복하는 전통 의례는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차별적 굴레에 갇히는 방식은 아니어야 하지요. 세상에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