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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왜 인류의 질병이 되었나

by 움이야기 2016. 7. 18.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역사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은 월경불순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가장 흔하게 듣는 진단명입니다.

난소에서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지만 성숙 난포에 이르지 못하여 배란이 잘 안 되니 월경이 불규칙하고 임신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고안드로겐 혈증, 인슐린 저항성, 희발 월경을 특징으로 합니다.



1935년 Stein과 Leventhal이 다낭성 난소, 다모증, 희발 월경을 묶어 하나의 '증후군'으로 명명했지만 다낭성난소증후군은 현대에 갑자기 나타난 질병은 아닙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털이 많이 나며 월경을 멈춘 여성들의 증례 보고 기록이 있고, 기원전 기록에도 남성화 증상을 보이며 월경을 하지 않는, 지금의 다낭성난소증후군과 비슷한 증상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인 약 5-8만 년 전부터 존재했던 증상으로 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인종, 민족과 상관없이 전 세계 인구의 약 5-15%에서 나타나며 중국, 유럽의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 유전자검사에서 비슷한 변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지속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왜 인류의 역사에서 이처럼 오래 지속하고 있을까?'

진화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해가 잘 안 되는 의문점입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은 임신이 잘 안 되고 많은 자손을 남기기 어려운데요. 그렇다면 '재생산의 성공(reproductive success)'을 중시하는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은 다낭성난소증후군 유전자를 제거했어야 마땅하니까요.


학자들은 지금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난임,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질병'이지만 이전 환경에서는 생존과 생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일 거라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안드로겐 분비 증가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여 수렵-채집인 시절 여성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 높은 인슐린 저항성은 안정된 음식 확보가 어렵고 굶주리기 쉬운 환경에서 단백질 손실을 줄이며 오래 버틸 수 있는 유리함이 있다.


3. 희발월경은 터울을 조절하고 출산 수를 적게 하여 자녀 양육에 집중할 수 있고 모체의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


달라진 환경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처하기


다낭성난소증후군 유전자는 수만 년 전부터 인류가 가지고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  인류가 사는 환경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먹는 음식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지요. 비만이 급증했고요.





과거 환경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 유전자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는데 달라진 환경에서는 심한 대사이상, 배란장애를 유발하는 '질병'이 될 수밖에요. 게다가 생식을 시작하는 나이가 늦어지면서 난임 위험은 훨씬 커졌고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다면 이 유전자가 그리 불리하지 않게 작용했던 시절,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 몸이 여전히 익숙한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참고하세요. 과잉된 영양 섭취보다는 절제된 식단- 설탕, 밀가루 등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기름기, 인스턴트 음식을 최소화-을 선택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활동량을 늘린다면 비록 다낭성난소증후군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이로 인한 질병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