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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질 세척 난소암 증가, 임신율 감소

by 움이야기 2016. 8. 8.



지나친 청결이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질 세척'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너무 깨끗하게, 자주, 질 안쪽까지 깊숙이 닦는 습관이 여성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질 세척 자주하는 여성 난소암 위험 2배'라는 기사를 보고 기사에서 소개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유방암 병력이 있는 자매를 가진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Sister Study'라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된 연구인데요. 4만 명이 넘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여성을 대상으로 질 세척과 난소암 발병 관련성을 조사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질 세척을 한 여성의 난소암 발병률이 질 세척을 한 적이 없는 여성에 비해 1.9배 정도 높았습니다.

질 세척과 난소암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연구자들은 이전 연구에서 질 세척 여성의 소변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아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질 세척을 하면 질 스스로 나쁜 균을 방어하는 자정작용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나팔관, 자궁, 난소의 염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전 많은 연구에서 질 세척이 골반염, 자궁외임신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하였지요.


질 세척이 임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된 연구결과입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그러니까 임신 능력이 증명된) 여성 중 다음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들이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하여 평소 질 세척 습관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질 세척을  연 2회 이상 주 1회 이하, 주 1회 이상 자주 한 경우, 질 세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나 연 2회 이하로 드물게 한 경우에 비해 누적 임신율이 30% 정도 낮았습니다. 질 세척을 안 하거나 연 2회로 드물게 한 경우에서는 1년 이상 임신이 안되는 난임이 10%였으나, 주 1회 이상 질 세척을 한 경우에는 27%가 난임 상태로 남았습니다.


혹시 질염 등 의학적 문제로 질 세척을 했기 때문에 임신율도 낮은 게 아닌가를 알아보기 위해 치료 목적으로 질 세척을 하는 여성을 제외하고 분석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성관계 직후 질 세척을 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질 세척 시기와 상관없이 임신율은 떨어졌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최근 논문에서는 질 세척 시 사용하는 세척제에 포함되어있는 프탈레이트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이 연구에서는 세척제와 상관없이 물만 사용하거나 물과 식초 혼합액으로 세척한 경우에도 임신율은 낮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질 세척을 하면서 질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균이 자궁, 나팔관, 난소로 올라가서 골반염을 일으키고 착상에 방해를 일으킬 가능성을 임신율 저하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구를 사용해 질 세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샤워기를 사용해 높은 수압으로 너무 깊숙이 씻는 습관은 피해야 합니다. 프탈레이트는 향을 내는 향수, 화장품 등에 많이 포함되어있는데요. 가급적 질 세정제를 사용하기보다는 물로 가볍게 씻고 무엇보다 습하지 않게 잘 말려주는 것이 염증 예방과 생식건강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