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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아스피린이 아들 낳는 약이라고?

by 움이야기 2016. 7. 8.


<아들 원하면 성관계 전 아스피린을>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

제목만 보면 아스피린이 '아들 낳는 약'이라는 얘기인데요. 뭔가 의심쩍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최근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발표된 논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스피린을 복용한 경우 아들 출산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얼핏 보면 내용과 제목이 관련 있어 보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비약이 매우 심한 전형적인 '낚시성 제목'이지요. 이 제목은 기자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서 가져온 거로 보입니다('Women who take aspirin before sex are more likely to give birth to a baby boy'). <데일리 메일>은 영국에서도 선정성으로 악명 높은 일간지 중 하나죠.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 기사에 인용된 논문을 살펴봤습니다.




성감별 낙태 등 개입이 없다면 태어날 때 남아의 수가 여아의 수에 비해 107대 100 정도로 약간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비율이 약간씩, 그러나 뚜렷하게 줄고 있다는 연구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비의 변화는 흡연이나 다이옥신, 메틸수은 등 환경독소에 노출되거나 염증반응으로 인한 유산과 관련이 있고, 특히 배아가 남아일 경우 임신 초기 유산 위험이 여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스피린은 염증반응을 줄이는 소염제로 염증으로 인한 착상방해를 개선하는 작용이 있어 유산방지 치료제로 처방하고 있습니다.

'남아가 유산될 위험이 높다면, 아스피린 치료를 할 경우 남아 출산 비율이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유산 경험이 있는 1,078명의 여성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임신을 준비하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하였고, 다른 한 그룹에는 가짜 약을 복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출산 후 태어난 아이의 성별을 분석했을 때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은 53%가 남아를 출산, 가짜 약을 복용한 경우는 44%가 남아를 출산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그보다는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는 자연 성비(107:100)보다 남아 출산 비율이 적었지만(염증 등으로 남아가 유산되어) 아스피린으로 치료한 경우는 원래의 성비를 회복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지표인 hsCRP(high-sensitivity C-reactive protein)를 임신 전에 미리 측정하였는데요.


 염증 수치가 낮은 경우에서는 아스피린 치료 후에도 남녀 성비의 변화가 없었고, 염증 수치가 높을수록 치료 후 아스피린 치료 그룹이 가짜 약 그룹보다 남아 출산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염증으로 초기 유산될 수 있었던 남아가 아스피린 치료로 유산되지 않고 생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자들은 논문의 고찰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은 아들을 낳을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추천할 수 없다('LDA is not recommended for increasing the probability of having a son')'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기사 제목처럼 아들 낳고 싶다고 성관계 전에 '잠깐, 아스피린 좀 먹고'는 아니랍니다. 아스피린은 염증으로 유산될 수도 있었던 남자아이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