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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는 금지되어야 하나

by 움이야기 2016. 8. 22.

최근 프랑스의 유명 휴양지인 코르시카(Corsica) 섬의 시장이 전신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 부르카(burqa)와 비키니(bikini)를 합성한 신조어) 착용의 금지를 발표하였습니다. 버키니를 입은 여성을 사진 촬영한 섬 청년들에게 무슬림 가족이 항의하다가 폭력사태가 벌어진 이후에 내려진 조치지요. 프랑스에서는 세 번째로 내려진 부르키니 금지 조치인데요. 칸, 니스 등 주요 관광지가 있는 리비에라(Riviera) 해안에서는 이미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에게 38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부르키니 금지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프랑스 관료들과 미디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성차별에 갇혀 있는 무슬림 여성들의 해방'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베일(veil) 속 여성을 연구한 피나 사다(Pina Sadar)는 이 주장이 허구이며, 무슬림 여성은 '(서구에 의해) 구원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할 뿐이라고 말합니다('Banning the burkini reinforces a single story about Muslim women: They need saving').





최근 계속되는 IS의 테러로 서구의 많은 나라가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태인데요. 하지만 보통의 무슬림과 극단주의자들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무슬림 복장을 하는 것만으로 극단주의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는 것은 정치적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올바른 조치는 아니지요. 버키니는 은밀히 거래되는 테러리스트의 복장이 아니라 이슬람 여성들이 종교적 규율을 지키면서 무더위에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영복의 일종일 뿐이고요. 무슬림 여성뿐 아니라 자외선을 차단하고 남성들의 은밀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일반 여성들도 부르키니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영국의 유명 쉐프, 니겔라 로슨(Nigella Lawson)의 부르키니 복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슬람 여성을 '구원받아야 하는 피해자'로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을 비판합니다. 오랫동안 '베일 속의 여성을 해방시키자'라는 구호는 서구의 이슬람 국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선동적인 주장으로 사용되었고, 이슬람 여성에게 베일은 '억압'과 '성차별'뿐 아니라 종교적 의미, 패션, 자기 존중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요.


피나(Pina)는 영국 더럼대학에서 저와 함께 공부한 동료로 현재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에 살고있는 무슬림 여성들과 깊이 교류하며 참여관찰,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무슬림 여성에게 베일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베일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살피는 인류학적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부르키니 사태의 이해를 도와준 피나의 글에 감사하며, 논문 마무리 잘하길, 멀리서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