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am a man, not a dog···"
댄이라고 불리는 다니엘 블레이크는 오랜 경력을 가진 목수입니다. 간병을 하던 부인은 세상을 떠나고 심장병으로 당분간 일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죠. 하지만 담당 관청에서는 질병 수당을 지급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대신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필요한 구직활동을 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댄이 관청에서 만난 케이티는 싱글맘이었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런던에서 뉴캐슬로 이사했고, 일하며 공부를 하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은 혹독했습니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자신은 굶으면서도 아이들을 먹이고 아이들을 돌봐준 댄을 대졉했지요. 생리대가 없어 훔칠 수밖에 없었고, 신발 밑창이 떨어져 놀림 받는 딸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꽉 막힌 관료사회와 싸우던 댄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관청 벽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굶기 전에 항고 날짜를 잡아줄 것을 요구한다(I, Daniel Blake demand my appeal date before I starve)'라고 씁니다.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은 댄을 응원했지요.
댄의 마지막 말, "나는 개가 아니고 그냥 사람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I am a man, not a dog... I, Daniel Blake, am a citizen, nothing more, nothing less).”라는 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소중한 개인이고 시민, 국민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영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너무 쉽게 그들에게 '가난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며 지원을 대가로 모욕을 주고 있지요.
영화의 배경인 뉴캐슬은 제가 2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더럼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여서 더욱 실감 나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하며 영국 전역에서 가장 집값이 싼 동네라 가난한 케이티가 아이들을 데리고 런던에서 이사해 올만 한 곳이지요. 딱딱한 영국 관료들도 익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서류와 절차를 중시하여 문제가 있을 때마다 레터(letter)를 쓰는 게 큰일이고, 전화를 걸면 수십 군데로 돌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끊어버렸던 기억이 제게도 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영국에 있는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고, 최근 보수당 정권 아래서 더 악화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더라고요.
복지는 시혜가 아니고 권리이며, 우리 사회도 복지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가난한 사람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망이기도 하지요. 지금 괜찮아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놓일 수 있고, 안전망이 단단한 사회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 사회 전체로 봐서도 이득입니다.
먹먹하고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동시에 '지금부터라도 잘해보자'고 마음을 재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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