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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움다이어리] 슬럿워크(Slut Walk) 바로보기

by 움이야기 2011. 8. 22.


슬럿워크(Slut Walk) 바로보기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퇴근 무렵 한 어린학생이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담담하게 '만성질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봇물처럼 쏟아지는 눈물,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

엄마한테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저를 가장 아프게했던 말은

"다 제 잘못이예요. 제가 좀 더 조심했더라면요.." 였습니다.

 

크게는 성폭력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불쾌한 '성희롱'의 경험, 적어도 이에 대한 두려움, 경계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순간 '피해자'가 '칠칠치 못한 여성', '원인제공자'로 여겨지는 사회적 폭력 앞에서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아파하고 관계맺기를 어려워하는 안타까운 여성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캠퍼스 안전교육을 하던 경찰관이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슬럿(slut; 헤픈 여자) 처럼 입는 것을 피해야한다"며,  마치 성폭력의 원인이 '단정하지 못한 여성의 옷차림'에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여성들을 행동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슬럿워크(Slut Walk)'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광화문과 홍대주변에서 이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행진과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온라인 상에서 있었는데 '슬럿워크'의 취지를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슬럿워크가 잡년과 여러분께>-르몽드디플로마티크, 지현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491653.html



 

우리는 성인으로, 직장인으로, 다양한 사회적 관념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옷을 고를 때,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지 않을 옷차림'에 대한 조건까지 추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위로받고 격려받지는 못할지언정 '내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평생을 고통받는건 아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유진과 유진>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청소년 소설인데 제가 너무 감동적으로 읽은 책입니다.

어린시절 집단으로 불쾌한 성경험을 당한 같은 이름의 두 '유진'이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상처를 대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 어떻게 두 사람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면서 많이 가슴아팠습니다.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아픈 상처를 담고 있는 여성들에게, 딸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힘내시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