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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환경을 지키는 일이 ‘내 몸’을 지키는 일

by 움이야기 2011. 11. 4.

*여성신문 연재 칼럼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번째 이야기입니다.


 

 

 

1158호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환경을 지키는 일이 ‘내 몸’을 지키는 일

불임의 유력한 배후, 환경호르몬 경계해야
 

▶ ‘개발’의 이름으로 파괴되는 환경

 

얼마 전 여주 이포보에서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기어이 흐르는 강을 막고 땅을 파고 물과 생명을 가두고 말았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던 강, 아름다운 여강길, 단양 쑥부쟁이는 그렇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제주땅 강정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해안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하여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벌써 몇 년째 대치중입니다.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가기도 하고, ‘평화비행기’를 띄우며 지지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굴되기도 했지만 해군은 기어이 구럼비바위를 폭파하고 말았습니다.
 


비단 국가주도의 대형공사뿐이 아닙니다. 작년 이맘때, 우리마을 사람들은 매일 산에 올랐습니다. 산을 깎아 학교를 짓겠다는 사학재단에 맞서 동네뒷산과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지요.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심고, 아이가 자라면서 그 나무도 자라고, 그렇게 아이들과 동네주민들의 놀이터이자 휴식공간이 되어주었던 숲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제게 말합니다. 그냥 환자나 보지, 뭐 이런 문제에까지 시시콜콜 관심을 가지냐고. 그런데 환경을 지키는 것은 바로 ‘생명’을 지키는 일이고, 이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 ‘생태의학’, ‘자연의학’으로서의 한의학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너무 과해서도 안되고 너무 부족해서도 안 되지요. 어느 장부 하나만 잘났다고 왕성한 기운을 자랑하면 그것이 바로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이 균형을 잡고 조절하는 장치로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이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운행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물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의 기운이 너무 강할 때는 금으로 제어하기도 하고, 불의 기운이 너무 강할 때는 물로 그 기운을 상쇄시키기도 합니다. 자연을 이루는 어느 기운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도 자연에 비유합니다. 몸에 습기가 너무 많아도, 너무 건조해도, 너무 뜨거워도, 너무 냉해도 병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하는 일은 자르고 붙이고 하는 대형공사가 아니라 몸의 기운이 제대로 흐르고,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루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몸’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일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태의학’, ‘자연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본질입니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은 이미 패배했습니다.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저 착각일 뿐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뒤 이은 원전사고는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대립, 파괴는 일상의 건강도 위협합니다. 지난 겨울 무섭게 번졌던 ‘구제역 파동’은 대량사육, 대량생산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하지 못한 사육환경’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공장형 사육,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좁은 우리에 갖혀 공장식 사료를 먹고 자라난 가축들이 더 이상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지요.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가축들을 음식으로 먹고 있는 우리도 건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환경문제

 

얼마 전 불임환자 수가 늘고 있고 특히 최근 5년 새 남성불임 증가율이 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통계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결혼연령의 증가, 경쟁적인 사회환경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등의 영향이 있겠지만 그 배후에 유력한 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환경호르몬’입니다.
 

산업화의 결과로 생성, 방출된 화학물질이 인간의 몸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하면서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환경호르몬입니다. 생식건강을 훼손하고 임신능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것으로 여러 논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남성의 경우 정자의 질 저하, 기형정자, 염색체 이상을 유발하며, 여성에게는 월경통과 불임의 원인이 되는 자궁내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건강한 정자는 운동성(motility)이 최소 5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평균 정자운동성이 2002년 이후 계속 40%대라는 통계는 이제 환경의 문제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작은 우주’라고 합니다. 또한 이 작은 우주는 보다 큰 우주인 자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훼손한 자연환경은 부메랑처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우리가 먹고 숨쉬는 환경 전부가 우리 몸에 독소로 작용하는 실정입니다.
 

가급적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을 섭취하며, 친환경제품과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노력만으로도 우리 몸의 환경을 지키며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고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구의 공기, 물, 땅, 환경을 보존하고 건강하게 지킬 때 더불어 사는 인간의 몸도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58호 [건강] 움여성한의원 문현주 원장(201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