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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억울하게 쌓이는 살, ‘습담’ 제거로 비만 극복하기

by 움이야기 2011.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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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연재 칼럼 <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번째 이야기입니다.
 
 
문현주 원장(움여성한의원) 1156호 [건강] (2011-10-17) http://www.womennews.co.kr/news/51113

문현주 원장은 여성건강을 사회와의 관계속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여성건강의 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성신문은 문현주 원장의 건강 칼럼을 격주로 게재합니다.

억울하게 쌓이는 살, ‘습담’ 제거로 비만 극복하기
무리한 다이어트 보단 건강하지 않은 내 몸을 먼저 돌아보아야


여성의 몸이 ‘옳고 그른’ 가치 판단의 대상이 되는 시대

높고 푸른 가을하늘, 왠지 ‘예술’하고 싶은 날들입니다. 일 년에 봄과 가을 딱 두 차례, 보름씩만 관객을 맞는 간송미술관은 이번 가을 유난히 붐볐다고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작품은 바로 신윤복의 그 유명한 ‘미인도’였습니다.

둥근 얼굴에 가늘고 긴 눈, 도톰한 윗입술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입니다. 빈약한 상체에다 치마폭에 감춰진 풍성한 하체도 요즘 기준에서 보면 ‘섹시’ 또는 ‘맵시’ 있는 몸매는 아닙니다. 그러다 좀 엉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원더걸스’ 의 새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는데요. 원더걸스처럼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그룹 사진을 만일 조선시대에 보내본다면 어떨까요? 혹시 ‘길쭉하기만 하고 빼빼 마른 기이한 체형’이라 평가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시대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고유한 기준들이 있습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아하고 소박한 동양의 미인은 화려하고 육감적인 서양의 미인과는 확실히 구분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제는 ‘세계화’의 열풍 속에 고유한 문화가 서로 뒤섞이곤 합니다. 또 인터넷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시각화된 이미지들은 빛의 속도로 전해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은 위협받기도 합니다. 예컨대 풍요와 부의 상징이었던 풍성한 몸매는 이제 게으름과 무기력, 실패의 낙인이 되어버렸지요. 세계의 모든 여성들이 획일화되고 규정된 기준에 몸을 맞추도록 강요 받기도 합니다. 급기야 여성의 몸은 다양한 아름다움 대신 ‘옳고 그른’ 가치판단의 장이 된 것이지요.

무월경 등 건강을 위협하는 무리한 다이어트

‘여성은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은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여성의 젠더(gender)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실제로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와 성형열풍이 그것이지요. ‘날씬하게, 더욱 날씬하게’를 목표로 수많은 여성들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 목표가 때로는 ‘포토샵’에서만 가능한 수준이 되기도 하고 건강한 여성들조차 ‘거식증’에 빠지게 합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의 건강은 크게 위협받게 되지요.

‘무리한 다이어트 후의 무월경’,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여성들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고, 이는 월경의 물질적 기초가 됩니다. 그런데 무리한 다이어트로 피가 허약해지면 월경이 멈추게 되는데요. 이를 한의학에서는 ‘혈고경폐(血枯經閉)’라고 합니다. 체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일정 정도의 체지방이 있어야 호르몬분비가 원활히 되면서 배란, 월경, 임신 등 여성의 생리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요. 운동을 심하게 하는 운동선수, 무용수들에게 월경불순이 흔한 이유입니다.

‘비만’은 외모의 문제가 아닌 건강을 위한 과제

물론 ‘비만’도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잉된 체지방이 여성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배란장애,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으로 인한 월경불순을 유발하기 때문인데요. 생식기능의 이상뿐 아니라 비만은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 성인병의 위험을 높이고 허리나 무릎 등 관절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짜 비만’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처럼 비만 자체가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건강하지 않으면 절대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아서 살이 찌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몸이 허약해지면서 내 몸의 대사기능이 떨어져 억울하게 쌓이는 살이 있기 때문입니다.

습담을 제거하고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해야

한의학에서는 이를 ‘습담(濕痰)’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영양분이 충분해서 살이 찌면 전혀 문제가 아닌데 노폐물이 정체하면서 살이 찌기 때문에 몸은 무겁고 피곤한데 살은 잘 안 빠지는 것이지요. 이럴 땐 무조건 굶고 식욕을 억제하는 것보다 오히려 허약한 몸을 보강해 내부 엔진을 잘 돌려주는 것이 습담을 제거하고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울러 ‘스트레스성 폭식’에 대한 성찰도 필요합니다. 폭식을 하는 것은 분명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곧 후회하더라도 그 순간에는 과도한 긴장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본능적으로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음식을 못 먹게 하기보다는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다른 도구를 마련해놓고 식이조절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즐거운 운동이 건전한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우리의 몸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그것도 타자의-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어 사는 공간입니다. 획일화된 좁은 틀에 내 몸을 맞추려고 고군분투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장 편안하게, 안정되게, 건강하게 내 몸과 더불어 살지를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과도하게 살을 찌게 한 내 몸의 건강하지 않음을 살펴야 하고, 이를 유발한 환경과 생활을 개선해야 합니다. 나의 몸을 긍정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몸을 만들어갈 때 외부 시선과 압력에서 자유로운 나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1159호 [건강] (2011-11-14)
문현주 / 움여성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