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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리고 1000번째 수요집회

by 움이야기 2011. 12. 15.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리고 1000번째 수요집회

어제 쉬는 화요일에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봤습니다.

이 연극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Eve Ensler)가 200여명의 각계각층 여성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원작을 연극으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초연된지 어느새 10년째를 맞았습니다.

 

내 몸이면서 남인듯 여겨졌던,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도 못하고 불리지도 못했던 여성의 성기를 드러내어주고 그 독백(monologue)를 듣는 일은 여성의 몸과 욕망을 꺼내어주는 상징적인 작업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의 얼굴만큼 다 다른 나의 몸을 이해하고, 어둡고 은밀하고 부끄럽고 조심스럽게만 여겨지던 내 몸의 한 부분을 직면하면서 비로소 남의 욕망이 아닌 나의 욕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혼여성의 반 이상이 경험했다는 가정폭력, '도가니'로 이슈화되었던 성폭력과 이를 다루는 언론과 대중, 사회의 2차적 폭력, 전쟁 속의 여성폭력까지.. 이 연극은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여성의 몸과 욕망,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종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진행된 수요집회가 1000번째를 맞는 날입니다.

여성의 성과 몸이 군국주의에 동원된 너무 아픈 역사입니다.

공식적인 사과도 법적 배상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정부에 맞서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아니고 너희다', '미안하다고 사죄하라'고 외치는 할머니들의 외침이 벌써 20년째, 1000번째가 되는 동안 234 분의 할머니 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63 분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 분들의 빛나는 청춘을 되돌려드릴 수는 없겠지만 잊지않고 기억하기, 관심갖고 연대하기..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