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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원인불명 월경통, 어떻게 극복할까”

by 움이야기 2011. 12. 15.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여성신문 1164호

 

“원인불명 월경통, 어떻게 극복할까”


내 몸이 전하는 메시지, ‘월경’과 한 편 되기

 



이렇게 아픈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저는 과연 아픈 것일까요, 안 아픈 것일까요?”

진료실에서 받은 가장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얼마 전 한의원을 찾은 한 여성이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얼굴로 제게 던진 첫 마디였는데 들어보니 사연이 있었습니다.
 

극심한 월경통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그 여성은 최근에 큰맘 먹고 산부인과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코 유쾌하지 않은 오랜 진료와 검사 끝에 받은 진단명은 허무하게도 ‘원인불명 월경곤란증(idiopathic dysmenorrhea)’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심한 통증을 유발할만한 자궁, 난소의 기질적 이상이 없다는 뜻입니다. 원인이 없기 때문에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아프거나, 또는 진통제 복용으로 버티거나. 이럴 때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아무 이상도 없는데 여전히 아픈 내 몸이 잘못인양 마음 놓고 아파하기도 어려운 마음이 듭니다.

 

기능적 이상을 찾아 통증 치료해야

 

여성의 80-90%가 경험한다는 월경통, 이 중 10-20%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극심한 월경통을 매달 겪는다고 합니다.
 

월경통을 유발하는 기질적 질환으로는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 자궁내막이 근층으로 파고들면서 자궁이 커지는 선근증, 자궁내막이 자궁 이외의 부분에서 증식, 탈락하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자궁내막증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자궁근종, 선근증,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고 다행히 원인을 찾았다 하더라도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크기가 아주 크거나, 위치가 좋지 않거나, 갑자기 자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관찰할 뿐 통증에 대한 근본치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매커니즘을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요. 첫 번째는 ‘불영즉통(不營則痛)’, 몸이 허약하여 자궁근육에 영양공급을 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허증의 통증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불통즉통(不通則痛)’,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잘 ‘통(通)’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실증의 통증입니다.
 

따라서 내가 이미 아프다고 느끼면서 일상생활에 방해를 줄 정도의 통증이라면 자궁, 난소의 기질적 질환이 없다 하더라도 기능적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어혈을 제거해주고 자궁순환을 돕는 한약, 침, 뜸 치료 등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내 몸이 전하는 메시지에 스스로 귀 기울이고 건강해지기

 

달이 차고 기울 듯 한 달에 한 번 여성의 몸을 통해 나타나는 월경은 단순한 생리현상 이상의 의미가 있는 ‘여성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갑작스런 월경통이 나타났을 때 내가 너무 과로하고 있지 않은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몸과 마음을 잘 살펴야하는 이유입니다. 월경통의 대표적인 원인이며 자궁근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기체혈어(氣滯血瘀)’라는 것도 결국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기(氣)가 막히면서 나쁜 피인 어혈이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심한 월경통의 경우 그저 병원에 내 몸을 맡기고 전적으로 치료를 의뢰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늘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는 서늘해야 병이 없고, 배는 따뜻해야 병이 없다’는 중요한 치료원칙이 있습니다. 찬물이나 찬 음료 등 너무 찬 음식의 섭취를 피하고 따뜻한 찜질 등으로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자궁의 혈액순환이 잘 ‘통(通)’하면서 월경통 완화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도 월경통 예방과 치료에 중요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환경을 지키는 일’도 월경통치료에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원인불명 월경통’의 많은 경우가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통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서 증식, 탈락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인데 난소에 있는 자궁내막종 외에 복강 내에 있는 자궁내막증은 복강경검사를 하지 않고는 확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경우이지요.
 

그런데 공장형 사육을 하면서 호르몬 처리된 육류를 많이 먹는 경우, 산업화의 결과물인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경우 자궁내막증이 악화된다는 많은 연구보고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유기농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원산지가 확인된 건강한 고기를 골라먹으며  플라스틱 제품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1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월경통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생활수칙이 될 수 있습니다.  
 

월경통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건강상태를 매달 드러내주는 예민한 바로미터일 수 있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몸과 마음을 잘 돌볼 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삼십여 년간 함께 하는 월경이 더 이상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164호 [건강]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