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엇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건강 불평등>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 집단의 건강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가 아니라, 인간이 살고 일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계층에 따른 건강의 차이는 매우 뚜렷합니다. 사회적 위계가 낮은 사람의 사망율은 사회적 위계가 높은 사람보다 두, 세 배가 높고 같은 사회에서도 소득에 따라 기대수명이 5-10년, 많게는 15년까지 차이가 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부자들이 건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영양 많은 음식과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음식과 물리적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단지 사회적 지위만 바꾸는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에서도 낮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동물들의 건강상태가 현저하게 좋지 못했습니다. 또한 절대적인 소득이 아니라 소득불평등이 큰 사회일 수록 사회구성원의 건강은 더욱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월킨슨은 "사회가 더 평등할 수록 스트레스가 덜하기 때문, 즉 사람들이 서로 믿을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와 폭력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서는 "세상을 바꾸려는 행동이 당신의 건강을 결정(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31858.html)"이라는 제목으로 문타네 교수의 특별기고를 싣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문타네 교수는 소득불평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히 부자를 부러워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등 심리적 원인을 넘어 사회불평등을 조정하는 국가의 사회보장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사회보장제도가 빈약한 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질 수록 자살율도 높아지지만, 1인당 사회보장비 지출이 많은 나라일 수록 실업률과 자살율은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경제적 변화가 더 급격하게 일어나고 사회보장이 약하며 사회적 자본이 적은 나라일 수록 건강에 대한 악영향이 커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대규모 민영화가 일어난 국가에서 사망율이 증가가 현저히 높았는데 이는 사회적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량 실업이 일어난 것과 관련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질병은 유전자의 이상, 바이러스의 침투, 비위생적인 환경, 개인의 부적절한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이제 많은 학자들이 '건강은 정치적'이며 '건강은 시민의 기본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고..를 넘어서 어떻게하면 모두가 건강할 수 있을지 "세상을 바꾸려는 행동이 당신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문타네 교수의 말을 다시한번 곱씹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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