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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잦은 검사, 약 지어드리기’가 효도 아니다-건강한 노후, 약물이 아닌 일상에서

by 움이야기 2012. 5. 14.

<문현주 원장의 여성건강 365일>



잦은 검사, 약 지어드리기가 효도 아니다

건강한 노후, 약물이 아닌 일상에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오월은 사십 대인 우리 세대에게 봉사의 달입니다. 당분간은 어린이를 돌보고, 어버이에게 효도해야 하는 중간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날을 보내면서 문득 모든 어버이는 어린이였다.’는 당연한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한, 조금만 걸어도 숨차고 다리 아파 쉬어야 하는,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늘 아쉬운 우리 부모님들도 모두 다 파릇파릇한 어린시절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아직 어버이라고 불리기에는 민망한 우리들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겠지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순 환갑은 청춘이고, 여든은 되어야 비로소 노인정에 떳떳이 드나들 수 있다고들 합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 지키며 자식에게 부담되지 않기는 많은 부모님들에게 가장 큰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다르게 여기저기 아프고, 늘어가는 약 봉지는 옷장 가득 한 움큼입니다. 혹시 이번 어버이날 부모님들이 드시는 약 봉투를 한번 살펴보셨나요? 혹시 거기에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한 가지 더하신 건 아닌지요. 나이 드신 부모님들을 위해, 그리고 점점 어버이가 되어가는 우리들을 위해 노인건강에 관심을 둬야 할 때입니다.

 

노인들의 약물과용, 득보다 실도 많아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을 많이 앓으면서 평균 7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에는 노인 약물처방 안전성 기준인 비어스 크리테리아(Beer’s Criteria)’를 적용해보았을 때 부적절한 경우가 상당수였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관절이 쑤실 때마다 쉽게 약국에서 사서 복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입니다. 이는 65세 이상의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노인이나 75세 이상의 일반 노인들에게 위장관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정제나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약물도 노인들에게는 정신이 흐려지면서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거나 말이 어둔해질 수 있습니다. 시력장애, 어지럼증, 소변이상 등의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어 복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심장병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도 80세 이상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건강보조제도 마찬가지입니다. 40세 이상 성인의 약 30% 정도가 복용한 적이 있다는 글루코사민도 한국보건의료원의 연구결과 관절염 예방, 관절 통증 감소 등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타민과 오메가-3 등의 건강보조제도 암 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여러 논문을 통해 보고되었습니다. 게다가 노인들의 경우 젊은 사람들에 비해 신기능과 간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약물 복용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검사도 주의, 한약도 정확한 진단 후 처방해야 보약

약물 복용뿐 아니라 검진의 경우도 다다익선이 아니라 적절함이 중요합니다. 미국 질병예방 TF팀에서 최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이전에 규칙적인 검진을 했고 자궁경부암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더 이상 자궁경부암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65세 때 측정한 골밀도가 정상치라면 이후 15년간 골다공증이 발생할 확률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굳이 자주 검사할 필요가 없고요. 잦은 검사가 오히려 의료비 낭비와 골다공증 약물 과도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약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력이 허약해진 부모님 걱정에 보약 한제 지어드리고 싶다 해서 자세한 진료 없이 몸에 좋다는 약을 가져다 드리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큰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부모님을 모시고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확한 체질을 파악한 후, 어느 장부의 기능이 약하고 어느 장부의 기혈소통이 방해를 받고 있는지 진단 받고 처방 받을 때 비로소 건강을 돕는 보약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건강, 약물보다는 일상을 돌봐야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인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그만큼 건강한 노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노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약물보다는 일상입니다.

 

합성 비타민이나 오메가-3 보다는 콩, 야채, 생선 등 음식을 통한 영양섭취가 노화방지에는 훨씬 효과적이며, 적게 먹는 소식은 그 어떤 약물보다도 확실한 노화방지법으로 인정받고 있지요.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을 돕고 뼈와 관절을 튼튼히 해주며 근력을 키워주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웃과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삶을 즐겁게 하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요. 너무 춥거나 더운 시간을 피해, 가볍게 꾸준히 하는 운동은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건강수칙입니다.

 

안타깝게도 생산성효율이 최우선 가치가 된 산업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존중, 배려, 관심은 노인인구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사회에서 노년의 삶은 훨씬 건강할 수 있을 텐데요.

 

노인들이 건강하게, 존경 받고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모두는 모두 어린아이였고, 또 모두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