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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칼럼]건강, 의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

by 움이야기 2012. 6. 2.

건강의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 건강을 생각해야할 때

 

 

무엇이 진짜 건강한 것일까

 

우리 모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신문, 잡지, 인터넷에는 몸에 좋은 음식 소개가 빠지지 않고 누구나 건강을 위해 건강보조식품 한 가지쯤은 챙겨 먹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쏟아져 나오며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심지어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건강해질 수 있다, ‘예뻐질 수 있다고 소개하는 병원 광고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왜 유독 한국 사람들은 병원에 자주 가는 걸까요? 타고 난 체력이 다른 민족에 비해 더 약해서는 아닐 텐데. 혹시 집단적인 건강염려증 혹은 건강을 잃었을 때 오는 불이익, 불안에 대한 수위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닐까요.

 

국제보건기구(WHO)가 내리는 정의에 의하면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well-being)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몸만 튼튼하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마음도, 더불어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사회적 환경도 건강해야 비로소 건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성의 건강, 몸과 마음뿐 아니라 사회적 건강 함께 고려해야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육체적 건강을 이야기할 때 크게 경(), (), (), (), 네 부분으로 나누는데요. 그만큼 월경과 대하,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일생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의 이슈입니다. 특히 월경은 여성의 몸이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이자 건강의 지표로, 여성은 건강하지 않을 때 월경의 이상이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따라서 갑자기 월경주기가 많이 불규칙해졌거나, 월경통이 심해졌거나, 월경량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 내 몸의 건강상태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남자 열 명 치료하는 것보다 여자 한 명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이는 남성에 비해 더욱 섬세하고 예민한 여성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여성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긴밀한 협조로 이루어지는 배란과 월경, 임신은 스트레스 등 정서적 자극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3이 되면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갑자기 불규칙해지는 월경은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호르몬의 급격한 변동으로 발생하는 산후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도 여성 고유의 생리체계와 정서적 민감도를 함께 고려해야 잘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바라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건강입니다. 건강과 비건강,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한 경계가 결정되는 지점은 대부분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이라면 토실토실 건강하다 여겨지던 여성들이 대거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월경 전에 하나 둘씩 올라왔다 사라지는 피부트러블도 취업을 앞 둔 여성들에게는 큰 마이너스가 되면서 피부과에 달려가게 됩니다. 결혼 후 신혼을 즐기며 조금 기다려볼 수 있는 임신도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급하게 서둘러야 하는 과제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임신은 자연스러운 남녀의 사랑의 결실이 아닌, 약물이 투여되고 인공적으로 수정시켜 투입해야 하는 거대한 테크놀로지의 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환경, 정치, 경제적 문제도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

 

환경의 문제, 정치의 문제도 우리의 건강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얼마 전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한 한 여성은 같은 공장에서 근무했던 희귀병 발병 환자 중 32번째 사망자였습니다. 이는 우리의 일상적 노동환경이 얼마나 건강에 심각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입니다.

 

비단 특수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우리는 늘 일상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은 일상에서 노출된 방사선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요. 일회용품 사용, 환경오염, 잘못된 가축사육 환경 등으로 인한 환경호르몬의 증가는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여성의 생식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의료사회학자들은 한 집단의 건강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가 아니라,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소득불평등이 큰 사회일수록 사회 구성원의 건강은 더욱 위협받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빈약한 국가일수록 실업률 증가에 따른 자살률도 뚜렷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쌍용자동차 문제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우리사회 사회적 건강의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몸이 아프면 일할 수 없고,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할 수도 없고, 일상을 꾸릴 수 조차 없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는 아무리 개개인이 발 동동거리고, 좋은 음식 챙겨먹고,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도 결코 건강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넘어 사회적 건강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