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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이야기

반복유산, 임신 전 준비가 중요한 이유

by 움이야기 2012. 10. 31.




여기는 첫 눈이 왔습니다. 시월에 내리는 눈이라니요.

게다가 오늘로 섬머타임이 해제되어서 오후 다섯시쯤 되니 칠흑같이 어두어지네요. 

이제 긴 겨울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임신 중 엄마와 아이의 갈등, 유산 (Maternal-foetal conflict, Pregnancy loss)'에 대한 논문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보통 엄마에게는 타고난 모성이 있다고 믿어지거나 은근히 강요되어지지만 사실 엄마와 태아는 기본적으로 남이기 때문에 격렬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엄마는 가급적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하고 지금 이 아이 말고도 이미 양육하고 있는 기존의 아이, 또는 미래의 아이를 고려한 판단을 합니다. 그에 비해 아이는 엄마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많은 영양을 가져올까 골몰합니다. 물론, 엄마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할 수 있다는 공통의 이득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만 갈등이 격렬해지는 경우 엄마는 태아를 유산시키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태아가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선택이 과해질 경우 엄마가 임신중독증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임신초기에 발생하는 자연유산은 보다 질 좋고 건강한 아이를 선택하려는 자연선택의 결과입니다. 임신기간이 길고, 수태율이 낮으며, 양육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인간에게 후손은 '양 보다 질'입니다. 따라서 건강하지 않은 배아가 착상되었을 때 모체는 질 좋은 다음 임신을 위해 이를 포기하는 결정을 하며 이것이 '자연유산'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보통 임상적으로 확인된 임신이 자연유산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약 15% 정도라면, 임신인지 모른채 소실되는 유산까지 포함한다면 유산율은 알려진 것 보다 2-5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매우 엄격한 스크리닝(screening)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또한 유산으로 인한 비용(cost)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유산은 임신초기에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야 몸을 덜 상하고 회복하여 건강한 다음 임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유산이 건강하지 않은 배아를 가려내는 자연선택의 과정이라면 임신초기 적극적 의학적 개입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적 이상이 자연유산의 반 정도를 차지하더라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유산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의학적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태아를 안타깝지만 지속시키지 않고 건강한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 '자연유산'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진화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발생하는 자연유산이라면, 왜 계속 건강하지 않은 배아가 착상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건강한 임신을 준비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습관성유산에 대한 한방치료의 초점이 임신 후 치료보다 '임신 전 건강한 몸 만들기'에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태아를 골라내기 전에 건강한 태아가 착상되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준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