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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노트

초음파에서 이상없다는 생리통, 진통제로 버틸것인가?

by 움이야기 2013. 4. 8.

17세 고등학생 C양은 초경 때부터 생리통이 있었는데, 그 통증의 정도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생리 때마다 배와 허리 통증은 출산진통이 오는 것 같이 심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고, 배를 칼로 찟는 것 같다고 했고, 먹은 걸 다 토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거의 실신을 하기 전 상태가 되었습니다. 일반적 진통제 복용으로 해결이 되지 않고 응급실에 실려 가야 하는 상태였지요.

 

당연히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도 받아보고, 진통제 처방을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고, 최근엔 국내 최대 규모 병원 산부인과에 가서 각종 검사를 모두 받았으나, 이상은 없다고 했고, 보다 강한 진통제만 처방을 받아온 상태였습니다. 이후 집 근처 한의원에서 잠깐 치료를 받았지만 그 역시 별로 효과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엄마와 함께 저희 병원으로 내원을 하게 되었고, 그간의 힘들었던 병력을 한참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리 때마다 거의 반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파서 고통을 받고, 제발 살려달라까지 말하며 우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 고통스러우셨다고 합니다.

 

진맥을 하고, 적외선체열검사를 해보고, 차근차근 진찰을 해보았습니다. 상복부와 하복부가 모두 극심한 냉증이 있었고, 소화기의 허약이 뚜렷하였습니다.

 

C양의 생리통의 원인은 비위의 허약과 냉증이 그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한의학적 진단명은 ‘비신양허(脾腎陽虛) 통경(痛經)’ 이었지요. 비장과 신장의 양기가 허약하여 생긴 생리통이라는 것입니다. 자궁의 문제뿐 아니라 소화기의 허약과 냉증이 우선 개선되어야 좋아질 수 있는 생리통이었습니다. 타고난 체질적 소인도 있었고, 안그래도 비위가 허약한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적게 먹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서 더 손상이 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돋구는 한약을 처방하고, 침과 뜸 치료를 지속하였습니다.

평소에도 옷을 좀 더 끼워 입고, 배를 따뜻하게 하고, 규칙적으로 먹고, 찬음식을 끊도록 설명했습니다.

3개월간 치료가 지속되면서, 두 번의 생리를 거칠 때 까지 통증이 30-40% 감소했고, 세 번째 생리를 하면서는 통증이 70% 이상 감소가 되어,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도고 견딜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습니다.

체열검사에서도 아랫배 온도가 22-23도로 떨어져 있던 것이 28도까지 상승되고, 전보다 소화도 잘되고 장도 편안해 졌습니다. [아래 체열검사 결과 변화 사진 참고]

생리가 다가오면 항상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었는데, 귀여운 얼굴에 웃음과 안도가 보이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생리통의 원인을 파악할 때 초음파 검사는 매우 유용합니다만, 알고보면 상당히 국소적 부분에서의 진단 수단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음파를 통해서 자궁근종, 선근증, 내막종 등의 생리통과 연관된 질환을 파악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그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있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그게 생리통의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은 아무런 병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궁 난소에 혹은 없지만, 원인을 못 찾았다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생리통의 원인을 자궁의 문제로만 파악하지 않습니다. 간, 신장, 비장의 등 다른 장기의 기능적 이상이 생리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한열의 부조화, 기혈의 부조화 등이 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체질적 요인도 크게 달라서, 같은 생리통을 호소하더라고 치료내용에는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 다 받았는데, 원인이 없다고 했고, 치료법이 없으니 진통제로 버티면서 지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의 부조화를 치료하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