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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생활 Tip

임신과 출산은 삶의 전환

by 움이야기 2013. 11. 21.

제가 튜터로 참여하고 있는 의과대학의 일학년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패밀리 프로젝트 (Family Project)'라는 장기과제를 진행합니다. 수업과 연계된 의사, GP의 소개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임산부와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 총 네번의 인터뷰를 실시하여 임신과 출산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적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목적에는 임신과 출산을 그저 '몸의 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총체적인 '삶의 전환'으로 봐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면서 받은 흥미로운 자료가 있었습니다. 




<수면, 섹스, 그리고 희생: 부모되기는 관계의 시험? (Sleep, sex and sacrifice: The transition to parenthood, a testing time for relationships?)>이라는 자료집으로 출산 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화들을 자세한 데이터를 근거자료로 제시하며 설명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러 유익한 팁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수면



새로 부모가 된 이들 중 23%가 수면부족을 호소하면서 이로 인해 부부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이쁘기만 할거 같은 아기지만 아이 때문에 잠 못 자는 날들이 하루, 이틀 늘어가게 되면 엄마, 아빠는 피곤에 지치고 예민해질 수 밖에 없지요. 뭐, 제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 가이드북에서 제시하는 팁 중의 하나는 부부간의 역할 분담입니다. 요일을 정해서 밤에 아이를 돌보는 방법이지요. 일하는 아빠가 주말을 담당하면 그 시간만큼은 엄마에게 숙면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가 날카로와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급적 마음을 상할만한 말들은 자제하는 것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2. 섹스




여성의 40%가 분만 후 성적매력이 감소했을것이라 염려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11%만 이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적매력의 감소를 염려하는 갓 아빠가 된 남성 중 25% 가량이 자신의 파트너가 더 이상 섹스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걱정하였습니다. 

출산 후 성적 관계의 변화는 부부관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가이드북에서는 직접적인 성관계만이 부부관계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포옹, 키스 등도 섹스일 수 있다는 친절한 조언과 함께, 단지 '엄마와 아빠'로서의 시간만 보낼게 아니라 부부사이의 로맨틱한 시간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3. 희생




막 엄마가 된 25%의 여성이 자신의 파트너가 좀 더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반면, 7%의 남성만이 좀 더 도움받기를 원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꼭 50 대 50의 분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출산 직후부터 적절한 업무분담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육체적 피로와 심각한 우울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어쩌면 출산 후 일어날 삶의 전환에 대한 적절한 예측과 대책이 부족해서였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에서는 삶과 밀착된 다양한 사회학적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개발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단지 의료의 한 과정으로 보지않고 삶의 전환으로 보는, 또한 이 전환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회분위기가 좀 부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