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튜터로 참여하고 있는 의과대학의 일학년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패밀리 프로젝트 (Family Project)'라는 장기과제를 진행합니다. 수업과 연계된 의사, GP의 소개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임산부와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 총 네번의 인터뷰를 실시하여 임신과 출산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적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목적에는 임신과 출산을 그저 '몸의 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총체적인 '삶의 전환'으로 봐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면서 받은 흥미로운 자료가 있었습니다.
1. 수면
새로 부모가 된 이들 중 23%가 수면부족을 호소하면서 이로 인해 부부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이쁘기만 할거 같은 아기지만 아이 때문에 잠 못 자는 날들이 하루, 이틀 늘어가게 되면 엄마, 아빠는 피곤에 지치고 예민해질 수 밖에 없지요. 뭐, 제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 가이드북에서 제시하는 팁 중의 하나는 부부간의 역할 분담입니다. 요일을 정해서 밤에 아이를 돌보는 방법이지요. 일하는 아빠가 주말을 담당하면 그 시간만큼은 엄마에게 숙면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가 날카로와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급적 마음을 상할만한 말들은 자제하는 것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2. 섹스
여성의 40%가 분만 후 성적매력이 감소했을것이라 염려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11%만 이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적매력의 감소를 염려하는 갓 아빠가 된 남성 중 25% 가량이 자신의 파트너가 더 이상 섹스에 관심이 없을 거라고 걱정하였습니다.
출산 후 성적 관계의 변화는 부부관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가이드북에서는 직접적인 성관계만이 부부관계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포옹, 키스 등도 섹스일 수 있다는 친절한 조언과 함께, 단지 '엄마와 아빠'로서의 시간만 보낼게 아니라 부부사이의 로맨틱한 시간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3. 희생
막 엄마가 된 25%의 여성이 자신의 파트너가 좀 더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반면, 7%의 남성만이 좀 더 도움받기를 원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꼭 50 대 50의 분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출산 직후부터 적절한 업무분담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육체적 피로와 심각한 우울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어쩌면 출산 후 일어날 삶의 전환에 대한 적절한 예측과 대책이 부족해서였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에서는 삶과 밀착된 다양한 사회학적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개발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단지 의료의 한 과정으로 보지않고 삶의 전환으로 보는, 또한 이 전환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회분위기가 좀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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