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NHS에서는 매해 잉글랜드 각 지역의 건강지수를 비교하는 Health Profile을 발간합니다 (http://www.apho.org.uk/default.aspx?QN=HP_LOCALHEALTH2012). 지역별 경제수치, 교육정도, 실업지수, 범죄율 등을 평균수명, 음주, 흡연, 질병율 등 지역 구성원들의 건강상태와 비교하면서 지역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의 관계를 살펴보고 이를 보건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제가 있는 영국 북동부 지역은 잉글랜드 평균에 비해 빈곤율과 실업율이 현저히 높았으며, 교육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건강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임신중 흡연율, 음주관련 질병으로 인한 입원율, 심장발병으로 인한 사망율이 잉글랜드 평균에 비해 현저히 높으면서, 남녀 모두의 평균 기대수명은 잉글랜드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건강불평등 연구에 의하면 중상류 계층에 비해 가난한 계층의 영아사망율이 16%, 심장질환 발생율이 2.8 배, 흡연율이 24-28%, 알콜로 입한 입원율이 2.4-2.6 배, 비만율이 1.5-2배 가량 높고, 기대수명은 여성의 경우 4.5년, 남성의 경우 8.4년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나이', '성별', '인종', '유전인자' 등 타고난 결정인자들의 영향을 이야기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개인의 생활요소 (individual life factors)', 즉 음주, 흡연, 운동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건강의 사회적 결정인자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 경제적 조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노력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값싼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사정, 운동이 좋은 것은 알지만 도저히 운동할만한 여력이 안되는 생활환경, 위험하고 스트레스 많은 작업환경, 이로인한 음주와 흡연... 이에 대한 고려없이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보건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사회/경제적 계층의 차이에 따라 의료이용의 접근성이 달라지는 제도적 문제가 더해진다면 건강불평등은 더욱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가난해서 더 아프고, 아파서 더 가난한 사회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모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건강의 책임을 개인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인자에 대한 관심들이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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