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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우리가 꿈꾸는 의료에 대한 상상

by 움이야기 2013. 12. 28.

한국에서 들려오는 각종 뉴스들을 보면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올 연말이 영 힘겨워 보입니다.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자다가도 "Fine, thank you. And your?"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하던 이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인사에 "글쎄..", 바로 답하지 못하고 비로소 자신의 안녕을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안녕이 나만의 안녕으로 완성될 수 없고 내 주위의 안녕, 사회의 안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원격의료, 영리자회사 설립허가 발표로 의료계에서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단지 의료집단의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고 나 몰라라 한다면 우리의 건강, 안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은 지금까지 지켜온 의료법인의 '비영리화'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정책입니다. 외부투자를 받고 이를 통해 수입을 내는 영리 자회사를 혀용하면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바이오 산업, 임대업,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여행, 숙박업 등에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환자들의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민간의료보험 확대, 결국은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료 민영화로 이어지는 우회로일 뿐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입니다. 또한 병원의 영리화는 '주식회사'의 구조처럼 수익을 내어 그 수익을 투자자한테 재분배하는 것이 병원운영의 주 목적이 되기 때문에 환자의 이익보다는 투자자의 이익이 우선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정부의 작은 정책 하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그중에서도 의료제도에 관한 정책에 우리는 더욱 민감해져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생명, 그리고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자들은 가난 때문에 더 아프다'라는 건강불평등의 거대 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더 아플 수 밖에 없고,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빈도도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반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입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돈 없는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는 문턱이 높은 의료제도를 당장의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한다면 이는 언젠가 돈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내 가족의 문제, 내 문제로 성큼 다가 올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의료제도는 무엇인지, 환자는 돈 걱정없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의사는 병원 운영의 부담없이 환자의 건강만 생각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이제 함께 상상하고 계획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안녕'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