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움 다이어리

보건정책의 윤리

by 움이야기 2014. 2. 16.

가장 효율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프기 전에 미리 질병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국가예산으로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영국에서는 특히 어떻게 하면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다양한 건강증진정책 (Health Promotion)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국회의 지지를 받으면서 통과된 법률중 하나는 "아이가 타고 있는 차에서의 흡연금지" 입니다 ('smoking ban in cars carrying children by 2015').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있고, 특히 간접흡연도 직접흡연에 못지않게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루어진 특단의 조치입니다. 차 안에서의 흡연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도 연기가 차 안 공기 중에 두시간 반이나 남아있고, 연기 속에서는 암유발인자를 포함한 40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아이들의 폐렴, 천식, 유아 돌연사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연구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을 위협한다고 해서 이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정책 윤리에 대한 논란 역시 활발합니다. 대표적이 예의 하나가 영국에서 법률 제정을 시도하다가 무산된 '술에 최저가격을 부여하는 제도 (Minimum alcohol pricing plan)'입니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음주자(moderate drinker)에 비해 위험하고( hazardous drinker), 해로운 정도의 술을 마시는 음주자(harmful drinker)들이 45p (약 800원) 이하의 술을 마시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술의 최저가격을 45p로 정하려는 정책적 제안이었습니다. 세필드 대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법률이 통과될 경우 첫해에 음주로 인한 사망자수를 123명 줄일 수 있고, 10년째에는 한해 음주관련 사망자수를 624명이나 줄일 수 있으며, 10년간 음주로 인한 건강, 범죄, 작업손실 등의 직접비용을 무려 1, 790,800,000 파운드나 아낄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논란 끝에 이 법률제정은 무산되었습니다. 무산의 뒷 이야기로 '주류회사'의 막강한 로비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 의대수업시간에 진행된 찬반토론에서도 반대의견이 우세했는데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철학적 의견에서부터 영국에서 '사랑방'구실을 하는 술집인 펍(pub)이 타격을 받으면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인상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질병예방이라는 좋은 취지로 정책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 주위에는 다양한 철학적, 윤리적, 사회경제학적 담론들이 존재합니다.  

The Nuffield council on bioethics에서 공중보건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스튜워드십 (stewardship) 모델에 의하면 음주운전, 공공장소의 흡연 등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의 위험, 환경관련한 건강악화의 위험 등을 줄이면서, 아이들과 취약한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 불공정한 건강불평등을 줄이는 정책들은 용납될 수 있지만,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하더라도 사람들을 강제로 압박하는 정책이어서는 안되고, 공론을 묻지않는 정책의 집행이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할 수 있는 정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질병예방은 최선의 치료입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보건정책들의 개발이 필요하며, 동시에 활발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검토할 때 건강정책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출처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