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움 다이어리

장애인의 건강권

by 움이야기 2014. 4. 24.

제가 튜터로 참여하고 있는 'Medicine in Community'의 마지막 수업에서는 아주 특별한 강사를 초빙하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Partlett 씨가 수업에 들어와 미래의 의사들에게 '장애와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외견상 볼 때도 매우 불편해보이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을 때, 자신을 오늘 함께 수업을 진행할 강사라 소개했을 때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강의실에는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과연 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도 느껴졌고요. 그러나 Partlett 씨의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보조인이 Partlett 씨가 미리 준비한 강의원고를 대신 읽어주고, 학생들과의 질의, 응답시에도 그의 입모양과 억양을 보며 대답을 잘 전달해주어서 매우 유익하고 원활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장애 (Disability)'를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는 '정상에서 벗어난 결함'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바로잡고 고쳐야할 대상으로 봅니다.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장애는 결함이 있는 육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장애인을 불편하게 하는 사회적 장벽, 즉 편견과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장애를 주는 것은 사회이지 자신의 몸이 아니다 (People are disabled by society, not by their bodies)'라는 말이 장애의 사회적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1995년 부터 시행된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와 <Equality Act 2010>을 통해 장애인의 차별방지와 권익보호가 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교육권, 노동권, 주거권, 이동권, 건강권 등이 강조되는데,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회적 행동이 장애인에게 배푸는 '시혜'가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도록 노력한다는 관점입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을 똑같이 누릴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며 이는 '평등이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대하는 것 (Equality is about treating everybody differently, not treating everybody the same)'이라는 원칙 속에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의학적 관점에 치중하여 장애인을 진료할 때 의료인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장애를 '비정상'으로 보고 고쳐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입니다. 또한 장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놓치는 '진단의 그림자화 (diagnostic overshadowing)'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에 불편없이 접근할 수 있고, 충분한 의사소통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들이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받고 있고, 중증장애인이 움직일 수 없어 참변을 당하는 가슴아픈 일들까지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을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능적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일상의 권리, 더불어 건강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