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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고령임신의 위험, 계몽보다는 원인 살펴야

by 움이야기 2014. 5. 4.

영국에서도 점점 늦어지는 여성들의 출산연령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습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평균 출산연령이 29.8세에 달하며, 최근 영국 정부의 공식통계자료에 의하면 40세 이상의 출산이 20년간 4배 이상이 늘었고 50세 이상의 출산도 2008년 69명에서 2012년 154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35세 이상이 되면 난소기능이 약해지면서 여성의 임신율 자체도 떨어지지만, 임신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산, 조산, 저체중 출산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기 때문에 공중보건의 관점에서도 고령임신은 사회 구성원의 건강을 해치고 이로인해 의료비증가 위험이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늦은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을 해당 여성들에게 잘 알릴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 산부인과 학회를 대표하는 Dr. David Richmond는 이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여성들이 늦은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을 몰라서 출산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적, 직업적, 경제적 상황들이 출산을 늦출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따라서 고령임신은 이제 사회적 트렌드의 하나로 되돌릴 수 없는 (irreversible) 사회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Top maternity doctor: increasing age of first motherhood  is irreversable').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전세계에서 주목할만큼 매우 심각합니다.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34개국 중 가장 낮고 산모의 평균연령은 31.84세로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여러 저출산대책들도 뾰족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영국과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강조되는 것은 고령임신의 부작용과 위험성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미루는 것은 고령임신의 위험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Richmond 박사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하나를 선택할 때 하나를 희생해야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있습니다. 다시말해 여성들은 고령임신의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그 위험의 정도에 비해 이 사회에서 일찍 임신과 출산을 했을때 여성들이 감수해야하는 불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임신을 미루는 결정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출산연령은 점점 늦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일터에서의 남녀 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 (the glass-ceiling index)(여성들의 일터에서의 승진 등에는 유리천장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를 제한하는 장애물이 있다고 하여 유리천장이라 불립니다)' 는  한국사회에서의 성별에 따른 노동환경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평등지수가 높은데 비해, 부끄럽게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평등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생식기능이 절정에 있을때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엄마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지 고령위험의 위험을 강조하면서 여성을 계몽하거나 협박하는 방법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들은 임신을 미룰 수 밖에 없는지, 이러한 선택을 하게하는 사회적 환경은 무엇인지에 주목하여 그 근본적 원인을 하나씩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령임신은 단지 여성의 나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연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버지 나이 증가할 수록 아이의 건강에 악영향'). 건강한 임신과 출산, 건강한 사회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것, 바로 '사회적 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