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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노암 촘스키를 만나다

by 움이야기 2014. 5. 26.

'잉글리쉬 서머 (English summer)'라는 말이 있듯이 영국의 여름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해가 나오는 날이면 그동안의 칙칙하고 우울한 날씨쯤은 다 용서해줄 수 있을만큼 아름답습니다. 눈부신 햇살, 맑은 공기,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 거기에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초록의 자연과 아름다운 들꽃들까지요. 이제 곧 여름이 올 채비를 하며 더럼에도 부쩍 이런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지난 주 Progression viva라고 하는 일종의 구두시험을 마쳤습니다. 일년간의 공부 내용과 앞으로의 연구계획에 대해 정리한 페이퍼를 제출한 후, 두 분의 시험관에게 질문을 받고 답하는 한시간 가량의 시험이었습니다. 살짝 긴장하고 들어갔었는데 무사히, 비교적 흡족하게 마칠 수 있었고 이제 공식적으로 일 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특별한 강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칼리지에서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Noam Chomsky) 교수를 모시고 '21세기에 살아남기 (Surviving the 21st Century)'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전세계를 대표하는 지성인 촘스키 교수의 명성만큼 강의에 대한 열기도 뜨거워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입장권은 서버가 다운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5분만에 매진되었고 저는 운좋겠도 한장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80을 훨씬 넘기신 노교수는 21세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권력 (Power)'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들을 하셨습니다. 권력에 의한 감시사회, 그 이유로 강조되는 안전 (security), 그러나 그 안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안전인지. 위험(risk)은 일반 국민이 감수하면서 그 이익 (benefit)은 권력집단에게 돌아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국가들의 탐욕을 비판하며 이것이 21세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거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촘스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조직하라 (Organise)'.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조직이고, 그래서 늘 사회를 분자화, 개인화, 개별화 하려고 애쓰는데 이에 맞서는 일반 대중의 힘과 생존전략은 결국 조직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이웃과 가족과 동료와 사회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촘스키 교수는 역설하였습니다. 강의를 듣고 돌아가는 길, 국가의 안보가 중요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나라에 대한 생각으로 조금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였습니다. 



      <사진출처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