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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자궁내 환경, 이후 아이의 생식기능에도 영향

by 움이야기 2014. 5. 16.

최근 세계보건기구 WHO는 임신이나 출산 시 합병증으로 인한 모성 사망률이 1990년과 비교했을 때 45%나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매 시간 33명의 여성들이 임신, 출산 합병증-대부분은 예방이 가능한-으로 사망하며, 그 지역별 격차는 매우 커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모성사망율 차이는 약 100배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불평등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지만,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모성사망률은 임신 중 건강이 단지 부족한 영양의 문제 뿐 아니라 비만, 당뇨 등 '과잉'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임신 중 태아의 환경, 특히 영양상태가 단지 아이의 출산시 건강 뿐 아니라 평생의 건강을 좌우할만큼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네덜란드 점령기간 중, 특히 1944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물자수송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대부분의 네덜란드인들이 극심한 빈곤을 겪어 하루 영양섭취량이 400-800 칼로리 정도 (현재의 20-40%)에 불과한 상태였습니다. 이 시기 이전의 네덜란드인들은 비교적 충분한 영양섭취 상태에 있었고, 이 기간 이후에도 정상 영양상태를 회복했기에 이 특정 시기에 임신, 출산한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추적하는 것은 임신 중 영양과 이후 건강상태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연구결과, 임신 중 충분한 영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50대에 인슐린대사이상, 심장질환, 혈액응고장애, 비만 등의 위험이 현저히 높았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 중 모체의 건강상태, 즉 태아의 자궁내 환경은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의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에 의하면 저체중으로 태어난 남아의 경우 고환의 크기, 테스토스테론, 생식력이 정상체중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었고, 저체중 여아도 난소, 자궁의 크기 감소, 무배란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자궁내 환경은 생식호르몬의 수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난소반응의 민감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과도한 노동이나 운동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높을 때는 자궁내 환경과 관련없이 난소호르몬 수치가 감소하지만 중등도의 노동이나 운동시 난소호르몬 수치의 변화는 난소기능이 환경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자궁내 환경이 좋지 못했던 경우 (이로 인해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 난소는 적은 에너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난소기능을 억제하지만, 자궁내 환경이 좋았던 경우는 중등도의 에너지 스트레스에는 별 영향을 받지않고 난소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하며, 임신 중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자라면서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난소기능을 억제하고, 그 결과 임신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태어나기 이전의 환경에서 영향을 받고 형성된 에너지를 선천지기(先天之氣)라 하여 생식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료 중에 환자의 출산시 건강상태, 어머니의 임신력, 폐경연령 등을 묻는 이유도 선천지기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천지기를 약하게 태어난 경우에는 사소한 환경의 변화, 스트레스, 이로 인한 피로 등에도 쉽게 임신기능이 약해지는데, 이 때에는 신기(腎氣)를 보강해주는 치료를 통해 임신기능을 강화합니다.  


임신 중 건강은 엄마와 태아의 건강 뿐 아니라, 그 아이의 평생건강, 또 그 아이를 통해 태어난 다음세대의 건강... 이렇게 세대를 넘어서는 사회 전체 구성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공중보건의 관점에서도 임신중 여성의 건강을 돕는 일에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