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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다이어리

적게 일하고 더 건강하게

by 움이야기 2014. 7. 4.

이제 어느정도 해야할 학업들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저는 잠시 학부모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등하교시 동반하는게 원칙으로 되어 있어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데, 놀라운 것은 여기도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서구사회는 매우 독립적이고, 결혼 후에는 개별가족으로 분리되어 있을거라는 제 선입견과는 달리 여기서도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의 경우는 방과후 아이들의 돌봄을 조부모들께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영국의 공중보건의학계의 가장 권위있는 의사인 Dr. John Ashton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Dr. Ashton은 이제 영국의 근무시스템이 주 5일에서 주 4일 근무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근무체계 전환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울러 실업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많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문제들-고혈압, 비만, 우울증 등-은 직장에서 겪는 과도한 업무,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는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영국의 NHS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보건당국에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Dr Ashton은 '일의 잘못된 분배 (a maldistribution of work)'가 많은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시말해, 일을 하는 사람들은 휴식없이 너무 과도하게 일을하고, 반면에 그 이면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들 역시 많다는 사실입니다. 과도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빈곤으로 인한 또 다른 건강불평등의 문제를 겪게됩니다. 따라서, 근무시간을 줄이며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이 양쪽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4월에 있었던 영국의 여론조사에서 노동자의 57%가 주 4일 근무제를 찬성하였으며,  71%가 이 제도가 영국을 보다 행복한 나라로 만들거라는 생각에 동의하였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근무시간이 긴 나라로 손꼽힙니다. 휴가를 제대로 챙기기도 힘들고, 야근과 추가근무는 일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조금씩 적게 일하고, 일자리를 함께 나누고, 가족과 함께, 또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리면 모두가 함께 건강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단기간에 소진되는 번 아웃 (burn-out)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sustainable), 즐겁게 일할 수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