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온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잠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시차 적응이야 진작에 끝났을테지만 문제는 빛과 소음입니다. 시장 입구에 있는 아파트인지라 여름밤 늦게까지 바깥 테이블에서 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고, 이사에 출근에 정신이 없어 아직 방에 커텐을 달지 못했더니 늦게까지 들어오는 네온사인 빛들로 숙면을 취하기가 영 어렵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은 '잠이 임신을 돕는 명약'이라는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생식의학저널인 <Fertility & Sterility> 최신호에는 밤-낮의 규칙적인 리듬과 이를 통해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여성의 임신을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Melatonin and the circadian system: contributions to successful female reproduction').
진화학적으로 오랜기간 인류는 빛이 없는 밤에는 휴식하고 낮에는 활동하는 생활리듬을 유지해왔고 몸의 여러 기관들도 이러한 24시간 주기의 생물학적 리듬을 유지하며 호르몬분비 등 생리기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불빛이 발명되고 산업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쁜 사회에서 늦게까지 활동하거나, 밤낮이 바뀐 생활들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볼 때 이러한 생활패턴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이루어진 변화이고 우리 몸은 아직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상하부에는 밤낮의 리듬에 따라 우리몸의 생리리듬을 조절하는 중추가 있고 이를 통해 멜라토닌 분비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은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면서 건강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여러 연구자들은 멜라토닌이 뇌에 있는 송과체 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가 있는 신체의 모든 세포에서 합성된다는 사실, 특히 난포액의 멜라토닌 농도가 혈중 멜라토닌 농도보다도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멜라토닌 농도와 임신기능과의 관계에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멜라토닌은 배란기에 배란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염증반응으로부터 난자를 보호하면서 난자의 질을 좋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한 배란 이후 황체의 형성에 관여하면서 프로게스테론 분비에 영향을 미쳐 착상을 돕는 기능을 한다는 많은 연구보고들이 있습니다. Tamura 등 (2008, 2009)의 연구에서는 멜라토닌 수치가 높을 때 시험관시술의 성공률도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것은 양생 (養生)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가급적 어두워지면 일찍 자고, 해뜨면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하시는 것이 건강한 임신에 도움이 됩니다. 저녁 잠자리에서 스탠드를 켜놓는다거나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인공불빛은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득이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신다면 암막커텐 등으로 빛을 차단하면서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얼른 커텐부터 달아야겠네요 ^^).
건강한 난자, 건강한 임신은 숙면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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